"핸드백에 카드 있었다니까요" 지하철 부정승차 年손실 19억

"제 핸드백 속에 교통카드가 들어 있어요. 개찰구에 (요금 정산을 위해) 분명히 가방 채로 갖다 대고 승차했어요." 지난 3월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한 50대 여성 승객이 개찰구를 통과하는 순간 에러 코드 'E―04'가 떴다. 개표를 안 한 카드로 하차하려 했다는 뜻이었다.

역무원 이웅섭 주임이 "왜 승차할 때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으셨느냐"고 묻자, 이 승객은 잠깐 변명을 하다가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머쓱해져 부정승차 사실을 인정했다. 이 승객은 지하철 운임 1150원에, 운임의 30배에 해당하는 부가금까지 더해 총 3만5650원을 지불해야 했다.

이처럼 서울 지하철 부정 승차로 인한 손해는 매년 19억원 정도. 이에 서울시는 3월 5일부터 한 달간 지하철운영기관과 공동으로 지하철 1~9호선 무임승차를 집중 단속하고, "총 3894건의 부정 승차 사례를 적발해 모두 1억8823만원의 부가금을 징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간 역무원과 공익근무요원 등을 출퇴근시간 대 집중적으로 배치해 단속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1257건)보다 적발 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

부정 승차로 적발되고 나서 승객들 핑계는 각양각색이었다. 3월 23일 석계역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비상 게이트 버튼을 눌러 빠져나오려다가 승무원에게 부정승차로 적발됐다. 이 학생은 "아침 등교할 때는 교통카드가 있었는데, 하교할 때는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주머니 속에 280원만 남은 교통카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 승객 중에는 "무인발매기 이용 방법을 몰라서 하차 역에서 운임을 지불하려 했다"는 핑계가 나오기도 했다.

자신에게 해당 사항이 없는 학생·장애인·노인용 교통카드를 이용한 '얌체 승객'도 적발됐다. 3월 27일 심모(여·57)씨는 노인 우대용 교통카드(만 65세 이상)를 쓰다가 적발됐다. 심씨는 역무원에게 "남편 것을 써왔다"고 실토했다. 역무원들은 학생·장애인·노인용 교통카드를 사용한 승객들이 카드를 개찰구에 찍을 때 '삑삑' 하고 내는 독특한 신호음을 듣고 수상한 승객들을 골라 적발했다.

무임승차를 하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할인 교통카드를 쓰다가 적발된 승객은 자신이 이용한 해당 구간 운임을 다시 내는 것은 물론, 구간 요금의 30배에 이르는 부가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3월 3일 남자 중학생 3명은 3호선 대화역에서 2호선 잠실역까지 운임을 내지 않고 이동했다가 적발됐다. 이 학생들 부모는 '구간요금(1850원)'에 '구간요금 30배'를 더해 5만7350원을 부가금으로 냈다.

시에 따르면 3월 부정승차 사례는 ▲표 없이 탑승한 경우가 3235건으로 전체의 83%로 가장 많았고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 사용 398건(10%) ▲어린이 교통카드 부정 사용 262건(7%)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