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지하 채소농장… 환경·신선함 동시에 판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미아점. 지하 1층 식품관으로 내려가면 푸른색 불빛을 쬐고 있는 화분 240개가 눈에 띈다. 가로 4m, 높이 1.7m의 2단짜리 선반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소형 화분에는 상추·청경채 등 채소가 심어져 있다. 농약과 비료, 흙을 쓰지 않고 '하이드로 볼(진흙을 구워낸 황토색 고체물질)'을 양분으로 사용하면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키우는 친환경 농장이다. 자동 영양공급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며 매일 직원들이 돌아가며 실시간으로 이 시설을 관리한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2월 이 선반을 설치하고 '베르테라'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대훈 마케팅팀장은 "이 시설은 고객에게 분양한 뒤 식물을 10일 단위로 순차적으로 심어 성장 시기별로 식물의 변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친환경 농법에 대한 장점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가치를 높이는 녹색 경영이 유통업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차원을 벗어나 녹색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화두로 꼽는 추세다.

◇그린 경영 강화하는 글로벌 유통업체

미국 델하이즈 그룹이 운영하는 수퍼마켓 '하나포드(hannaford)'는 점포마다 고효율 냉장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을 도입했다.

이 수퍼는 일반 점포보다 에너지를 50% 적게 쓴다. 태양열을 축적할 수 있는 특수 지붕을 만들어 낮에 태양열을 저장한 뒤 24시간 운영되는 매장에 활용해 전기 사용량을 40% 줄였다. 또 특수 냉장 시스템을 도입, 쿨러에서 나온 냉기를 매장의 냉방에 활용해 냉장 가스를 50% 줄였다. 화장실 역시 특수 변기 시설을 설치해 물 사용량을 30% 이상 줄였다.

오스트리아 유통업체인 스파르(SP AR) 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자연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바이오 쇼핑백을 개발해 판매했다. 2010년 이후 설립된 매장의 경우 에너지 효율을 높인 설계로 기존 매장 대비 50% 이상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80t 규모의 이산화탄소(CO₂) 감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계산대 전원을 조절하는 '웨이크 온 랜(Wake-on-Lan)' 시스템을 도입해 전력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3000개의 계산대에 적용하면 연간 11만유로(1억6490만원)를 아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백인수 롯데패션유통연구소장은 "그린 소비를 기대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녹색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 스토어로 친환경 소비 늘린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그린 경영의 일환으로 태양광 시설 설치을 설치하고 유휴 면적인 매장 옥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마트는 230억원을 투자해 39개 점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연간 475만㎾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마트는 에너지 절감형 매장을 지향하는 '에코 이마트'를 도입, 총 3단계 방안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및 CO₂배출 절감 정책을 펴고 있다. 홈플러스는 CO₂배출량 50%, 에너지 사용량 40%를 줄일 수 있는 69개의 친환경 아이템을 접목시킨 에코 스토어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점포 옥상에 친환경 생태공원을 조성해 흙과 물의 단열 효과에 따른 냉·난방비와 화석연료 사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신세계첼시 프리미엄 아웃렛 여주점은 저탄소 식재 묘목장을 조성해 연간 3456㎏의 CO₂ 절감효과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 시설을 바탕으로 그린 소비를 위한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0% 친환경상품 매장인 '에코숍(Eco-shop)'을 운영하고 있으며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환경기금으로 활용한다.

롯데마트는 70여개 녹색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고, 이를 구매하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에코머니를 적립해주고 있다.

김상현 한국유통학회장(영남대 교수)은 "그린슈머(녹색상품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유기농·공정무역 제품 출시, 그린 스토어 확장 등 유통업체가 그린 경영을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