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상장지수펀드) 비빔밥' 시대… 다양한 묶음 상품 쏟아져

소액 분산투자의 강점을 지닌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날로 커지면서 다양한 ETF를 묶은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ETF 비빔밥' 상품들이다.

ETF는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나 특정 업종, 채권, 원자재, 통화 등과 관련된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1주당 수천원~수만원으로 가격대가 낮아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을 사는 것보다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어 요즘처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주식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TF 비빔밥 상품을 유형별로 크게 나눠보면 '스마트적립형(분할매수형)'과 '자산배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파도타기 방식의 적립식 투자

초기 ETF 관련 상품들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 같은 ETF를 일정한 시점에 꾸준히 적립해주는 단순 적립식 인덱스 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증시가 하락하면 ETF를 좀 더 많이 사는 적극적인 적립식 상품이 늘고 있다. 이른바 '파도타기 적립'이다. 황규용 한국투자증권 팀장은 "파도타기 적립상품은 요즘처럼 주가지수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반복할 때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스피200 등락폭의 2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나 삼성·현대차 그룹 ETF 등 상승동력이 큰 ETF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ETF 상품도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시장 상황에 따라 각 ETF와 현금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고, 10% 내외의 정해진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수익을 실현한 뒤 다시 ETF에 투자하는 전략이 활용된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개별 종목을 발굴하고 분석하는 수고가 덜 들기 때문에 수수료가 약간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ETF 관련 펀드의 수수료(총보수)는 1.5~2% 정도로 일반 주식형 펀드 2.0~2.5%에 비해 낮은 편이다.

수익률은 주가지수를 따라잡는 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ETF를 편입한 펀드 38개의 6개월 평균 수익률(17일 기준)은 8.4%로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인 6.3%보다 조금 나았다. 레버리지ETF를 활용한 펀드들의 수익률이 18~19%대로 월등히 좋았고, 대부분의 펀드들은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인 11.3%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소액 투자금으로 연기금식 분산 투자

2002년 처음 국내 도입된 ETF는 최근 2년 사이 급성장해 자산금액이 11조원에 육박하고 종목은 110여개로 늘었다. 최근 주식형 펀드 자산금액이 97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ETF의 비중은 11%에 달한다.

2009~2010년에는 채권과 원자재,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외 주식과 채권, 원자재에 골고루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멀티에셋'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이른바 대형 연기금들이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에 분산 투자해 투자 위험을 줄이고, 중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전략이다. 금이나 원자재, 채권은 보통 계약 단위가 수억~수십억원대라 펀드라도 설정액이 100억원 이상은 돼야 했다.

그러나 ETF는 해당 ETF를 수천~수만원대의 소액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적은 투자금으로도 글로벌 자산 배분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문경석 KB자산운용 본부장은 "과거 금융위기로 증시가 급락할 때 완충 역할을 해준 상품이 금과 채권이기 때문에 주식과 함께 투자하면 자산 배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