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올리려면 소비자 직접 만나야"

지난해 강원도 농가의 평균 소득은 3286만8000원이었다. 부채규모도 3000여 만원. 결국 실제소득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원도 농가의 소득수준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통계청의 '2011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내용이다.

농민들 생활은 어렵지만 소비자들은 농산물 가격에 불만이다. 쇠고기값 파동에서 알 수 있듯이 '비싸다'고 느낀다. 이런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로컬 푸드'다.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남으로써 유통단계를 줄이고, 가격와 먹을거리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이다. 특히 소농, 고령농, 여성농 등 농촌의 약자라 할 '가족 소농'에게 실질적 소득을 보장한다. 그래서 강원도가 앞장서서 로컬 푸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원발전연구원 지경배 연구위원, 이영길 선임연구위원은 제안했다.

◇'공급'에 초점 맞춰야

우리가 먹는 음식재료의 평균 이동거리는 3200㎞. 칠레산 포도 2만480㎞, 호주산 불고기 8330㎞ 등이다. 이동거리가 길다 보니 신선함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수송과 보관을 위해 농약, 왁스 등 화학첨가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역농산물에 비해 4~16배나 많다.

반면 로컬 푸드는 장거리 운송, 다단계 유통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이다. 유통비용 절감으로 농산물 제값받기가 가능하다.

특정장소에서 정해진 날짜에 생산자·소비자가 직접 대면하면서 거래하는 '농민장터', 마을에서 재배한 다품종 소량의 제철농산물을 꾸러미로 배달하는 '제철꾸러미 사업', 지역산 친환경 농산물을 초·중·고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등이 예이다.

그간 로컬 푸드는 '소비자 운동'이란 관점에서 접근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먹거리 시장과 대비되는, 즉 수요가 아닌 '공급 문제 해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민소득 증대와 웰빙 트렌드의 확산으로 로컬 푸드의 대표격인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친환경 농산물 시장 규모는 2008년 2000억원으로, 전체 농산물 시장 규모의 10%를 차지했다. 2007년에 비해 46.5%나 증가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5년 4조9216억원, 2020년 7조676억원 등 전체 농산물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로컬 푸드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물량확보와 연중조달을 위한 공급 능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농촌의 약자에게도 적합

강원도의 대표적 로컬푸드 사례는 '원주 새벽시장'이다. 연간 22만명이 방문하는 대규모 농민장터로, 2009년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나물, 유정란, 과일 등을 판매한다. 지역농민 중심의 '새벽시장 농업인협의회' 회원 형태로 운영되며, 지난해 약 5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가격은 농민들이 결정하고, 13개 읍면 단위 순환당번제를 도입하여 원산지 표시 등 품질관리와 타지역 농산물 유통을 단속하고 있다. 2010년에는 농수산식품부 우수시장으로 선정됐다.

로컬푸드 사업은 생산자 농민의 실질적 소득창출에 기여한다. 또 이농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상대적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소농, 고령농, 여성농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소득 및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로컬 푸드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자 연합조직체'가 필수다. 따라서 국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시장확대를 위한 사회적 투자를 해야 한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이를 위해 ▲가족소농 중심의 로컬푸드 종합추진계획 수립 ▲다품종 소량생산 ▲가족소농(소농, 고령농, 여성농, 귀농) 중시▲로컬 푸드형 마을기업 육성 ▲통합지원센터 설립 및 전담부서 설치 등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