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이집트 알리면서 6년째 세계여행 중… 오랫동안 꿔온 꿈 이루고 있답니다"

고국 이집트를 떠나 브라질에서 컴퓨터 관련 전문직 종사자로 승승장구하던 아흐메드 하가고비치(28)는 2007년 돌연 사표를 썼다.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였다. 바람대로 그는 현재 6년째 여행 중이다. 지난 25일엔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전국을 여행 중이다. 한국은 하가고비치가 83번째로 방문한 나라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는 어느 날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잖아요. 사람들이 묻지요. '세계 평화를 위해서 달립니까? 아니면 동성애자 인권을 위해서?' 검프는 '아뇨. 그냥 달리고 싶어서 달려요'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전 검프가 아니에요."

하가고비치에겐 뚜렷한 여행 목적이 있다. "제가 가는 모든 나라에 이집트 국기를 꽂고, 사람들에게 이집트 국기를 나눠주며 제 나라를 알리는 이집트 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의 꿈은 외국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틈만 나면 집 벽지에 세계 각 나라 이름을 적어놓는 통에 어머니는 걸레를 들고 다니며 그 흔적을 지우기에 바빴다.

15세 여름방학엔 부모님을 졸라 얻은 왕복 비행기 티켓을 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혼자 10여일간 여행을 떠났다. '독일 사람들은 차가워서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영어 쓰는 관광객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그는 "'독일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궁금했다"고 했다.

직접 가 보니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람들은 다정했고, 특히 할머니들은 손자뻘인 그에게 말이 안 통해도 손짓 발짓을 해 가며 도와주려 애썼다. '여행은 편견을 깨뜨려 준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귀국한 뒤 며칠간 울었어요. 왜냐고요? 독일에서 조금만 더 가면 프랑스가, 그 옆엔 영국이 있는데 못 보고 왔잖아요. 그게 너무 억울했어요."

대학생이 된 뒤 매년 용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녔다.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된 것도 미지의 세계를 향한 강한 동경 덕이다. 2007년 마침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을 다 털어 본격적으로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때로는 유스호스텔에, 때로는 지하철이나 텐트에 머무르면서 그는 80여개 국가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따금씩 그는 "왜 여행을 하나?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라는 질문을 받는다. 돈을 벌기는커녕 그는 여행 경비를 마련하려고 저축한 돈을 다 쓰고, 카이로에 있는 아파트까지 팔았다.

하지만 영하 40도를 밑도는 날씨에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열흘간 타고 모스크바에서 홍콩으로 이동한 짜릿한 경험을 그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마존의 눈을 압도하는 경관, 활력과 파워 넘치는 한국 사람들…. 이런 것들이 제겐 돈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 세계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고,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해결하는 '여행의 기술'도 조금씩 늘었다. 하가고비치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최근엔 이집트 통신사가 전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집트 외교부는 비자 발급 문제를 도와주는 등 '이집트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는 그를 도와주는 기관들도 나타났다.

하가고비치는 "여행이 끝날 때가 언제일지 나조차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예측 불가능한 것이 여행의 매력"이라고도 했다.

"당신에게 꿈이 있다면 그걸 반드시 이뤄야 해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인내지요. 오래 기다리고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바라는 일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