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 어버이상' 받는 일흔의 나정남씨

1960년대 초 갓 스물의 젊은 새댁 나정남(현재 70세)씨는 신혼의 단꿈도 잠시뿐, 남편의 잇단 사업실패로 인한 경제적 쪼들림과 몸져누운 시어머니 병수발로 힘겨운 일상을 보내야 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합병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매일 받아내야 했고, 수시로 몸을 씻기고 음식물도 직접 입에 넣어 드려야 했다. 지극 정성이 아니고선 견디기 힘든 인내와 고통의 나날이었다. 나씨는 그러나 40년간 정성을 다해 시어머니를 봉양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노릇도 해야 했다. 계속된 사업 실패로 남편이 좌절하고 방황하자 자신이 직접 돈벌이에 나섰다. 이전까지 직장생활 경험이 전혀 없던 31세의 젊은 주부였지만 당시 여성으로서는 쉽지 않았을 부두 하역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에서 나씨는 32년간 장기근속했다. '성실한 직원'으로 꼽혀 25년간 현장 반장도 맡았다. 동료들은 그를 '상담사'로 불렀다. 언니처럼 누나처럼 늘 따뜻하고 포근하게 챙겨주는 성품 덕분이었다.

직장을 그만둔 뒤부터는 수년째 사회봉사 활동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왔다. 울산남구노인복지관의 어르신자원봉사단 실장을 맡아 복지관 경로식당과 물리치료실, 체력단련실뿐만 아니라 도솔천노인전문요양원 등에서 외롭게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을 몸과 마음으로 보살피고 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나씨도 올해 나이 일흔의 노인이 됐다. 그 사이 슬하의 3남매는 어엿하고 성실한 사회인들로 자랐다. 장남은 사업가, 둘째 아들은 경찰관, 딸은 교사다. 나씨는 "가훈을 '긍정적인 사고로 매사에 감사하며 살자'로 정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노력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동료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다고들 하니 아이들에게 달리 욕심은 없다"고 했다.

나씨는 오는 8일 제40회 어버이날에 '장한 어버이상'(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다. 시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행을 모범으로 보여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낸 그의 삶이 주변에 아름다운 귀감이 될만하다는 게 훈장을 주는 이유라고 정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