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클래식] 현재에 집중하라, 자유로워지리라

"제 목표가 개처럼 사는 겁니다. 개는 어제 꼬리 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아, 어제 주인 왔을 때 이런 각도로 흔들걸' 하지 않죠. 밥을 먹을 때는 마치 이 밥만 먹고 죽을 것처럼 먹고, 잘 때는 자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듯이 잡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삶이 바로 이런 '개 같은' 삶이죠. 순간의 쾌락이 아니라 순간의 집중입니다."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가 봄날 도심을 흔들었다. 1일 오후 서울 종각 부근의 북콘서트 전문카페 엠스퀘어. 박웅현(51) TBWA코리아 광고제작담당 대표가 '자연과의 탯줄을 끊지 않은 사람 조르바'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조선일보와 출판사 '열린책들'이 마련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북콘서트에서다. 박씨는 "우리가 조르바 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이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의 카피를 쓴 스타 광고인. 조르바에 대해선 책 속 구절을 인용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라고 정의내렸다. "조르바는 엄청난 바람둥이죠. 눈앞에 한 여자가 나타나면 그 여자가 우주예요. 혼신을 다하죠. 다른 여자가 나타나면 또 그녀가 우주입니다. 부도덕하죠. 그런데 부도덕 맞습니까?" 웃음이 번진 객석을 향해 그는 "이건 부도덕이 아닌 무(無)도덕이고, 무도덕의 세계가 바로 조르바의 세계"라고 했다. "책 속 조르바의 말을 볼까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카르페디엠(Carpe Diem·지금의 매 순간에 충실하라)이죠!"

어수웅 조선일보 문학담당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마치 '자유에 대한 간증'과도 같았다. 무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참석한 독자 50명은 조르바적 삶을 갈망하는 수많은 사연을 고백하며 현장을 후끈 데웠다. "저는 '조르바'를 읽었지만 고 2 딸에겐 보여주지 않았어요. 비겁하지요. 그러나 살아갈 날이 저보다 많을 딸을 위해 이젠 용기 내어 책을 소개하고 싶어졌어요." "오늘은 제가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날입니다. 첫 근무 후 칼퇴근하고 왔습니다. 조르바 때문에 사표를 던지지 않길 바라면서"….

박씨는 "조르바를 잘못 해석하면 '무책임한 방임'이 된다"며 "무조건 조르바를 흉내 낼 게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의 자유를 찾는 것이 오늘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조르바의 지혜는 답을 '여기서' 찾는 것이죠. 저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온 세상이 다 흔들렸는데, 내 앞에도 답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나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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