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분석] 한중 FTA 협상 개시… 개성공단 생산품도 혜택
입력 : 2012.05.03 03:02
13억 중국시장 확보 땐 한국 '경제 영토' 세계 2위로
자동차·부품업계 최대 수혜… 10년간 GDP 3% 추가 상승
기술 격차 계속 유지 못하면 부메랑 돼 돌아올 수도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통상장관회담에서 한중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고, 합의된 협상원칙을 발표했다.
양국은 협상원칙으로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의 개방 의무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하고, 개성공단 등 역외 가공지역도 FTA에 따른 특혜 관세 부여 대상에 포함한다는 데 합의했다. 우리의 농수산물, 중국의 석유화학 등 양국 민감 품목에 대해서도 다양한 보호 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중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의 '경제 영토'는 세계의 3분의 2를 아우른다. 관세 장벽 없이 자유롭게 통상하는 시장의 규모(2010년 GDP 기준)가 전체 세계 경제의 57.3%에서 67%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FTA 경제 영토로 보면 멕시코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고, 세계 4대 경제권인 미국·유럽연합(EU)·중국·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FTA를 동시에 맺은 유일한 나라가 된다. 명실상부 세계 FTA 허브가 되는 것이다.
◇중국, 광활한 '내수시장'으로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 내 평균 9.6%의 관세가 즉시 또는 점진적으로 사라져 한국 제품의 중국 내 가격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시장이 저렴한 인건비의 '생산기지'에서 광활한 '내수 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로 향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04% 추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세계 경제위기로 수출 의존 경제에 한계를 느낀 중국이 내수 시장을 키우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며 "한국의 대(對)중 수출 가운데 33%를 차지하는 최종 완성품 시장에서 독일·대만·일본·미국 등과 경쟁할 때 한중 FTA로 인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중 FTA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산업으로 관세가 최고 20%가 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꼽는다. 한국이 기술에서 비교 우위를 가진 석유화학도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므로 현재의 기술 격차를 계속 벌리지 못하면 언젠가 한중 FTA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 역시 한중 FTA의 혜택을 보게 된다. 관세 없이 싼 값에 수입 중국 제품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로 '소비자후생(厚生)'이 365억8000만달러(약 41조2300억원) 증가해 한미 FTA의 소비자후생 증가액(321억9000만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외교적 효과도 기대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중 FTA가 북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기회의 창(窓)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지적한다. 통일에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인데, 중국과 FTA를 통해 관계가 긴밀해지면 북한 문제를 풀 접점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외교적으로 한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이 환태평양무역협정(TPP)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들고 나오자 대응전략의 일환으로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은 추구하고 다른 것은 남겨두자)'라는 말까지 써가며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FTA를 요청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양 세력인 미국과 대륙 세력인 중국이 부딪히는 큰 구도에서 한중 FTA 때문에 한미 관계에 적잖은 긴장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이 한중 FTA를 체결한다고 해서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