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지폐·장난감 돈… 버스 부정 승차 가지가지

"어, 이게 뭐야. 이 장난감 화폐는 진짜 돈 같네."

지난 1월 중순 경기도 군포시 공영차고지 '군포교통' 사무실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쏟아졌다. 서울 여의도~군포를 오가는 5623번 버스 운임통을 열자 1만원권 지폐처럼 생긴 장난감 지폐 한 장이 나왔기 때문. 군포교통 박기영(47) 총괄부장은 "반쪽 지폐는 많이 봤어도 장난감 지폐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삼화상운에서는 전날 운행한 1137번 버스 운임통에서 칠레 지폐 1만칠레페소 한 장이 나왔다. 1000원짜리처럼 생긴 1만칠레페소는 우리 돈으로 약 2만3000원이지만 현행법 위반이다. 대중교통 이용객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만 사용해야 한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처럼 위조 또는 훼손된 지폐를 사용해 시내버스 요금을 낸 부정 운임 사례는 올 1~3월 총 358건에 달했다. 1월 115건, 2월 105건, 3월 138건 등이었다.

가장 많은 것은 반쪽짜리 지폐로 전체의 98%(353건)를 차지했다. 반쪽 지폐는 값어치가 반액(500원)에 불과해 현금 버스요금(1150원)의 절반도 내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반쪽 지폐를 냈다가 걸리면 나머지 금액인 650원을 마저 내고 30배에 이르는 부가금 1만9500원도 내야 한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한 달간 시내버스 안에 부정 승차 단속 안내문을 붙이고, 다음 달부터 단속반을 배치하거나 버스 내 CC(폐쇄회로)TV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부정 운임 승객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교통카드를 미리 찍거나 동전 개수를 슬쩍 적게 내 운임에 못 미치는 금액을 지불하고, 뒷문으로 승차해 운임을 내지 않으려는 승객 등도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