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자사주 매입은 무엇이고 왜 하는 건가요?

자사주 처분 주가 영향은? 〈조선일보 2012년 4월 26일 B8면〉

4월 들어 자사주를 처분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늘고 있다. 25일까지 공시한 곳은 27개사로 3월(19개사)은 물론, 1, 2월과 비교해도 늘어나고 있다. 보통 자사주 취득으로 주가 부양을 하는 만큼 반대로 자기 주식을 처분하면 주가엔 악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어렵고 처분 목적과 방법을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든지, 자사주를 매입했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든지 하는 분석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기업은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자사주 매입을 할까요. 그리고 투자자는 자사주 매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오늘은 자사주 매입이란 무엇이고, 기업이 왜 자사주를 매입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무엇인가요?

주식회사는 벌어들인 순이익 일부를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줍니다. 자사주 매입이란 말 그대로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배당금과 마찬가지로 순이익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회사는 순이익을 배당금으로 나눠줄 수도 있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나눠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차이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시장 가치가 100억원이고 주식 수가 100만주라고 합시다. 주가는 1만원이 되겠지요. 이 회사가 배당금으로 20억원, 즉 주당 2000원을 지급한다고 칩시다. 회사 돈 20억원을 지출하니 회사의 시장 가치는 80억원으로 감소하고, 주식 수는 그대로 100만주이니 주가는 8000원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주주들은 주당 2000원을 배당받기 때문에 주주들이 얻는 가치는 주당 1만원이 됩니다. 다음은, 이 회사가 20억원으로 자기 회사 주식 20만주를 사들이는 자사주 매입을 생각해 봅시다. 역시 기업 가치는 80억원으로 감소하지만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가 80만주로 줄어들어 주가는 1만원을 유지합니다. 배당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은 주당 가치 1만원을 얻는 셈이지요. 회사가 20억원으로 배당을 하든, 자사주 매입을 하든 주주들이 얻는 가치는 같습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비교적 엄격하게 규제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고팔아서 주가를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내부자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사주 매입을 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증권거래소에 신고서를 내야 하고 3개월 이내에 자사주 매입을 끝내야 합니다. 거래소 시장에서만 거래가 허용되고 주문 가격과 수량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6개월 이내에는 매입한 주식을 되팔 수 없습니다. 자사주는 의결권과 배당권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주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회사가 금융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은행이나 투자신탁회사가 회사에서 준 돈으로 주식을 대신 사서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엔 회사가 주식 거래에 관여하거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도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사주 매입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요?

우리나라에서 금융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1992년부터, 회사가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1994년부터 허용됐습니다. 지금은 자사주 매입이 상당히 일반화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작년 한 해 동안 286개 상장회사가 자사주 3조1000억원어치를 매입했습니다. 이 중 회사가 직접 매입한 금액이 2조2000억원, 금융회사를 통해 간접 매입한 금액이 9000억원 정도로 직접 매입 비중이 높습니다. 작년에 배당금을 지급한 상장회사가 920개이고 총 배당금이 약 8조8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배당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한 286개 기업의 3분의 2 이상은 배당금도 지급했는데, 이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자사주 매입을 할까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표면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준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다면 배당을 하지, 왜 절차가 복잡하고 제약도 많은 자사주 매입을 할까요.

배당은 규칙적으로 지급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당금이 갑자기 크게 바뀌는 것에 대해 주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배당을 줄이려 하지 않고, 배당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 한 배당을 늘리려 하지도 않습니다. 반면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을 일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시기와 규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겁니다. 이익의 변화가 큰 기업일수록 섣불리 배당을 해서 지속적으로 부담을 느끼기보다 필요할 때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것이 낫겠지요.

자사주를 매입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주가가 저(低)평가돼 있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가 회사가 자체 평가한 주가보다 싸다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회사로서 바람직한 선택입니다. 나중에 주가가 오른 후 되팔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많은 회사가 자사주 매입 이유로 '주가 안정'을 언급하고 있고 실제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을 좋은 소식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둘째, 지배 주주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됩니다. 따라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의결권 수가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기존 최대 주주의 지배력이 커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경영권이 위협받을 때 자사주를 우호적인 주주에게 팔 수도 있습니다. 의결권이 되살아나면서 우호 세력의 의결권이 커지는 겁니다.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면,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주주는 주식을 더 비싸게 사들여야만 할 겁니다. 이렇게 자사주 매입은 외부 주주가 지배권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셋째, 남아도는 현금을 소모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에 현금이 많이 쌓이면 경영자는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개인적으로 회사 자금을 허비할 수 있습니다. 주주들은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反)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의 잉여(剩餘)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누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로 자사주 매입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하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자사주 매입의 진정한 의미가 어떤 것인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기업이 처한 여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투자자 몫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자사주 처분

주식회사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보유한 자사주를 다시 팔 수 있습니다. 이를 자사주 처분 또는 자사주 매각이라고 합니다. 자사주를 회사가 직접 매입해 처분하는 경우, 매입 후 6개월이 지나면 팔 수 있습니다. 이때 자사주 매입 때와 마찬가지로 처분 절차와 방법에 일정한 요건과 제약이 뒤따릅니다. 이사회의 결의 사실을 공시한 후 3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하고, 처분이 끝나고 3개월 동안은 취득할 수 없습니다. 역시 자사주 매입 때처럼 주문 가격과 수량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자사주 처분으로 확보한 돈은 대개 운영 자금, 재무 구조 개선, 임직원 인센티브 제공 등에 쓰입니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192개 상장 기업이 자사주 약 1조5000억원어치를 처분했습니다.

◆퀴즈

주식회사가 회사의 주가(株價)가 기업 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할 때 또는 경영권 안정 등을 목적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 매입'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5월 9일(수) 오후 5시 마감, 5월 11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퇴직연금〉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김동연 김성호 김영선 김영수 김용택 김종은 김학순 류지영 박보숙 박송미 박재환 송영아 신기철 심예경 양금옥 오남귀 오연주 유기옥 이승욱 이택수 장인숙 정연도 정연임 하대선 홍재기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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