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라 만든 펀드, 수익률은 엉망

회사원인 박지원(가명)씨는 지난해 4월 증권사 창구에서 직원의 추천을 받고 미래에셋TIGER에너지화학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에 여윳돈 300만원을 투자했다. 증권사 직원은 이 펀드를 당시 수익률이 높은 자동차, 화학, 정유 업종에 투자하는 일명 '차·화·정' 펀드라고 소개했다. 주식이나 펀드를 잘 모르는 박씨도 당시 유행하던 '차·화·정'이라는 말을 듣고는 귀가 솔깃해 펀드에 가입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박씨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30%가 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2% 떨어지는 데 그쳤다. 박씨는 "당시 수익률이 높은 업종에 투자한다는 말만 듣고 투자했는데 향후 전망보다는 당시에 유행하는 업종으로 구성된 펀드였던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기 펀드들, 반짝하고는 줄줄이 내리막길

박씨처럼 당시 유행하던 테마나 업종을 가지고 만든 펀드에 투자했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수익률이 엉망이 돼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화·정' '자문사 7공주' 등 별명이 붙은 주식에 집중 투자한다는 펀드들이 반짝 인기를 끌었다. 이 펀드들은 당시 주가 상승을 주도하던 업종의 종목을 20여개로 추려 집중적으로 운영하던 압축펀드로 당시에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지금 이 펀드들의 수익률은 2011년 이후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압축펀드인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자투자신탁은 지난해 6월 설정액이 1조원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수익률은 마이너스 15.8%다.

반짝 유행하다가 지금은 아주 부진한 대표적인 펀드는 '물펀드'다. 2007년 자산운용사들은 '물은 블루골드'라고 앞다퉈 물펀드를 내놨다. 당시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글로벌Water증권자투자신탁은 설정 첫해 7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년 정도 잘나가던 이 펀드는 금융위기를 맞아 수익률이 고꾸라지더니 2년도 안 돼 반 토막이 났다. 지금은 수년간 열심히 만회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금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

2007년 동유럽이 성장하면서 동유럽과 러시아 등 유럽 신흥 국가에 주로 투자하던 동유럽펀드들도 처음 1년은 수익을 내다가 금융위기로 와르르 무너진 반짝 펀드다. 동유럽펀드들은 금융위기 이후 원금의 20%까지 줄었고, 지금도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펀드들이 많다.

이 외에도 베트남펀드나 중국본토펀드, 천연자원펀드 등도 설정 초기에는 수익을 내다가 몇 년째 원금을 까먹고 있는 반짝 펀드들이다.

◇테마 펀드 단기로는 하락 불가피…손실 크다면 손절매해야

전문가들은 테마 펀드들의 경우 업종별 부침이나 고유특성에 따라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차·화·정 펀드는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8%대로 낮아진 데다 중국 정부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화학·정유 업종이 맥을 못 춘 것이 부진한 성적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펀드는 청정에너지 산업의 발전에 기대 10~20년간 장기투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조언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테마 펀드 같은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커지고 기대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손실이 큰 종목에 집중적으로 들어가 있는 펀드는 손절매하고 주식 혼합형이나 채권 혼합형 펀드 같이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는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