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뒀던 주식, 렌털 서비스로 수수료 챙긴다

"원금 회복될 때까진 안 팔 주식인데, 차라리 남한테 빌려주고 이자나 받아야겠어요."(투자자 A씨)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자, 주식 보유자들 사이에서 '주식렌털'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주식렌털'이란, 개인 투자자가 보유 중인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기관에 빌려주고 수수료(평가액의 연 1~8%)를 받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투자증권에선 개인들의 주식대여 신청금액이 작년 말 8000억원에서 지난달 1조6000억원으로 100% 늘었다. 현대증권도 지난달 주식대여 잔고가 전년 말 대비 40% 늘어난 45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시대가 열리면서 헤지펀드에 빌려줄 주식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대형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목태균 우리투자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 그룹장은 "투자자 입장에선 보유 주식을 빌려줘 이자 수익을 추가로 노릴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식 재테크가 될 수 있다"며 "주식을 팔고 싶으면 언제든 돌려받아 매도할 수 있으니 매매 불편함도 없다"고 말했다.

◇주식투자로 가외수입 벌기

올 초 강남에 사는 자산가 김모씨는 장기투자 중인 주식 1만주(약 5억원)로 한 달 만에 100만원의 추가수익을 챙겼다.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리거나 배당을 받은 게 아니다. 증권사의 주식렌털 서비스에 가입해 가외 수입을 챙긴 것이다. 김씨는 "어차피 지금은 주가가 지지부진해 팔지도 못하는데, 주식을 잠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니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내놓은 주식을 빌려가는 곳은 주로 외국계 증권사나 국내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이다. 주식을 빌려가는 목적은 다양한데, 주로 차입매도(주식을 빌려서 팔고 난 뒤 싼값에 되사서 갚는 기법)나 특정 파생상품을 구성하기 위한 용도 등이 많다고 한다. 모든 증권사가 주식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현대증권·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주축이다.

◇귀한 주식은 수수료 연 7~8%

개인 투자자들이 받는 주식대여 수수료는 정해진 것이 없고 시장 상황이나 수요·공급에 따라 유동적이다. 일반적으로 블루칩(대형주)은 수수료가 연 1~2% 정도로 낮고 옐로칩(중소형주)은 수수료가 3~8%로 높다. 함상훈 KDB대우증권 과장은 "대형 우량주는 누구나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어 구하기 쉽기 때문에 수수료가 싼 것"이라며 "시총 상위 20개 종목은 수수료가 1% 안팎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빌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이 거의 없으면 주식 '몸값'은 연 7~8%까지도 치솟는다. 유상증자 등이 예정돼 있어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리겠다는 수요가 늘어난다고 한다. 렌털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종목이어서 주식을 빌리려는 수요가 없으면 수수료는 받지 못한다. 기관들이 개인 주식을 빌려가 차입매도 차원에서 활용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부추겨서 결론적으론 투자자에게 손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