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위스키 품질 관리… 年수출 7조원 넘어

영국 연방 스코틀랜드는 '위스키의 나라'다. 지난해 전 세계 200여개국에 42억파운드(7조7200억원)어치의 스카치위스키를 수출했다. 에너지 수출에 이은 명실상부한 '제2의 산업'이다. 한국은 지난해 1억4260만파운드(2620억원)의 스카치위스키를 수입한 세계 7위의 소비국이다.

◇스카치위스키의 성공 비결

스카치위스키가 하루아침에 8조원을 수출하게 된 것은 아니다. 2000년만 해도 스카치위스키 수출액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1억5600만파운드(4조원) 수준이었다.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카치위스키의 성공 비결로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품질, 마케팅 등을 꼽는다. 영국 정부는 법으로 스카치위스키의 조건을 철저히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수백 개의 브랜드가 있지만, 스카치위스키란 이름 하나만으로 전 세계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명성에 걸맞은 품질을 갖추기 위해, 일부 업체들은 위스키의 전 제조과정을 책임지는 '몰트 마스터(malt master)'도 별도로 두고 있다. 모두 수십년의 경력을 갖춘 장인(匠人)들로 스코틀랜드 내에 12명에 불과하다. 스카치위스키 업체들이 모여 만든 협회에서도 정기적으로 증류소를 점검하고 있다.

◇주산업이자 관광자원인 위스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 수출뿐 아니라 술 빚는 증류소까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0년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를 찾은 전 세계의 '위스키 관광객'은 130만명. 86.1%는 스코틀랜드 이외의 국가에서 왔다. 스카치위스키 산업은 스코틀랜드 경제에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40억파운드의 부가가치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있다. 스카치위스키협회는 이를 '증류소 효과(The distillery effect)'라 부른다.

위스키 증류소 97곳 중 42곳은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있다. 각 증류소들은 5~30파운드 정도의 가격에 제조 과정을 둘러보고 다양한 위스키를 시음해 볼 수 있는 코스를 운영 중이다. 시내 곳곳에 수십 종류의 위스키를 파는 바(bar)와 주류판매점이 즐비했고, 어느 관광명소든 어김없이 위스키를 기념품으로 팔고 있었다.

◇위스키증류소의 마케팅 효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발베니(Balvenie)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에서 유일하게 위스키 전 제조과정을 수제(手製)로 관리하는 곳. 증류소 앞 보리밭에서 직접 보리를 경작하고, 맥아(麥芽)건조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 나무삽으로 뒤집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증류소에 들어서자 굴뚝에서 피어나는 하얀 연기에서 누룩 비슷한 구수한 냄새가 풍겨왔다.

이곳에는 50년 경력의 몰트마스터를 비롯해 오크통만 전문으로 만드는 장인, 구리통을 손으로 두들겨 증류기를 만드는 구리세공 장인 등 최소 45년 이상 경력의 전문가 수십명이 모여 있다. 홍보담당 데이비드 마이어(Mair)씨는 "비록 생산성은 높지 않지만, 120년 가까운 몰트위스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보리의 싹을 틔우는 맥아 단계에서부터 발효, 증류, 오크통 제작, 숙성, 병입 등 위스키 제조의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장인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스카치위스키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전통이 담긴 스토리'를 관람객의 마음에 심어주는 고도의 마케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