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춘기에 갇힌 왕년의 록스타 '아버지, 오 나의 아버지'

"나는 왜 다른 나쁜 건 다 배웠는데 담배는 배우지 않은 걸까"라는 셰이엔(숀 펜)의 혼잣말에 그의 이웃집 여인은 "당신이 아직 어른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아버지를 위한 노래'는 스스로를 사춘기의 틀에 가둬놓고 있던 한 중년의 '성장담'이다.

세계적 록스타였던 셰이엔은 자신이 만든 노래 때문에 두 명이 자살한 이후 음악을 접고 아일랜드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비행기도 못 타고,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해 30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산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내(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친구들 사이에서도 뚱한 표정으로 어기적거린다. 언제나 사자 갈기처럼 부풀린 머리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다니는 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위장하고 보호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동굴' 안에 스스로를 가둔 그를 꺼낸 건 결국 아버지다. 셰이엔은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듣고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간다. 셰이엔은 장례식을 마친 후 아버지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자신에게 모욕감을 줬던 나치 전범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난다. 셰이엔은 그 길에서 문신아티스트·웨이트리스·인디언 등 엉뚱하고도 매력적인 인간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어른'이 된다.

등장인물이 많고 권태에 빠져 철없는 십대 소년처럼 구는 주인공의 캐릭터 때문에 영화는 다소 산만해 보인다. 그러나 대사가 적어도 묘한 여운을 남기는 조연들의 캐릭터가 영화의 이런 단점을 희석시켰다.

영화의 원제 '디스 머스트 비 더 플레이스'는 록밴드 '토킹 헤드'의 노래 제목. 토킹 헤드의 리드 보컬인 데이비드 번이 영화의 음악 감독을 맡았고, 특별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3일 개봉.

이것이 포인트

#대사 “우린 자기도 모르게 ‘인생은 이럴 거야’라고 말하는 나이에서 ‘인생은 이런 거야’라고 말하는 나이가 되어가죠.”(셰이엔이 식당 점원에게 하는 말)

#장면 식당 점원의 어린 아들이 셰이엔의 기타 반주에 맞춰 토킹 헤드의 ‘디스 머스트 비 더 플레이스’를 부르는 장면.

#해외평 묘한 매력을 풍기는 캐릭터와 아름다운 구성을 추구한 감독의 스타일!(데일리 텔레그라프)

#이런 분 보세요 평소 ‘나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할까’라고 생각해 왔던 어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