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선택한(왕세손 윌리엄·캐서린, 세기의 결혼식 만찬 맡아) 셰프 "난 특별대우는 안해"
입력 : 2012.05.04 03:10
유명 주방장 앤톤 모시먼 내한
결혼식 만찬, 찰스 왕세자가 부탁… 오너셰프로 회원제 레스토랑 운영
총리·前 대통령·스타들 찾지만 유명할수록 요구는 덜 까다로워
―어떻게 세기의 결혼 만찬을 맡았나.
"혼주(婚主)인 찰스 왕세자가 나를 선택했다. 윌리엄 왕세손도 어머니 고(故) 다이애나빈의 손을 잡고 우리 식당을 드나든 오랜 단골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 축하연,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70·80세 생일 연찬(宴饌), 찰스 왕세자 50세 생일 식사도 맡았다."
"혼주와 신랑·신부의 취향을 알고 있었던 탓에 이를 중심으로 결혼 몇 달 전 메뉴를 짜 제안했다. 찰스 왕세자가 평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유기농 식재료를 대부분 사용했고, 여왕의 별궁(別宮)이 있는 스코틀랜드 하이그로브(Highgrove) 지역 양고기를 메인요리에 사용했다. 결혼 한 달 전 캐서린이 레스토랑에 찾아와 시식하는 등 여러 차례 조율을 거쳐 메뉴를 확정했다."
―몇 해 전에는 대영제국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OBE)을 받았고, 찰스 왕세자로부터 왕실조달허가증(Royal Warrant)을 받기도 했다는데.
"OBE는 영국 외식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왕실조달허가증은 왕실에 특정 서비스를 5년 이상 끊기지 않고 제공하는 장인이나 기업만이 얻을 수 있는 자격이다. 케이터링 분야에서 왕실조달허가증을 받은 곳은 나와 리츠(Ritz) 호텔 두 곳뿐이다."
―영국 왕실뿐 아니라 단골 유명인사가 많은 것으로 들었다. 그들에게는 특별 대접을 해주나.
"역대 영국 총리들과 전직 미국·프랑스 대통령, 모델 겸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요르단 왕비, 축구스타 펠레 등이 단골이다. 유명한 단골이 워낙 많아 누구를 특별 대접할 수 없다. 오랜 세월 겪어보니, 유명할수록 요구는 덜 까다로운 것 같다. 그들은 특별한 대접보다는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원하더라."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연회가 있나.
"미국에서 개인 파티를 맡았던 적이 있다. 나중에 보니 손님 중 셋이 전직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중 한 분이 지미 카터였다. 식사가 끝난 뒤 '브레드 앤 버터 푸딩이 진짜 맛있는데 싸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흔쾌히 비닐봉지에 담아드렸다."
―일본에서 1년 일하기도 했고, 매년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 해외여행을 자주 한다는데.
"여행은 내가 요리를 창작하는 데 필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나의 요리철학인 '퀴진 나추렐(Cuisine Naturelle·자연스러운 요리)'을 고안하는 데도 생(生)으로 먹거나 증기로 찌는 등의 일본 요리·요리법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당신의 요리 철학은.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추구한다. 버터와 크림, 소스가 재료 자체의 맛을 덮어버려서는 안 된다. '닭고기는 닭고기 맛이, 생선은 생선 맛이 나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유기농 재료를 최대한 사용하기도 한다."
―25살 때 런던 최고급 호텔 도체스터의 총주방장을 맡았고, 호텔 레스토랑으로서는 프랑스 바깥에서는 처음으로 미슐랭 별 2개를 받았다. 성공의 비결은.
"단순한 요리사(cook)와 위대한 주방장(chef)의 차이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주방 요리사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의욕을 고취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부모님으로부터 위대한 주방장이 될 자질을 물려받았고 스스로 잘 계발한 것 같다."
―한국음식을 맛본 적 있나.
"일본에서 일할 때, 그리고 런던에 있는 한식당에서 맛봤다. 불고기, 갈비, 김치가 맛있었다. 일본음식처럼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건강한 요리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데 가능한 한 한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