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서 돌아선 고객을 잡아라"

대형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계기로 금융가에 예금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영 불안하고 그렇다고 시중은행으로 돌아서자니 이자가 낮아 아쉬운 손님들이 공략 대상이다. 증권사들은 예금처럼 예금자보호법 대상은 아니지만 여러 안전장치를 부착해 안정성을 강화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신규 고객에겐 보너스 금리로 0.1%포인트를 더 얹어주기도 한다. 보험사들도 고객 유치 경쟁에 가세했다. 이미 지난주 일부 보험사들은 영업정지가 예상되는 저축은행 지점에 설계사들을 내보내 영업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부장은 "작은 저축은행은 망할 수도 있겠다고 여겼지만 이번에 업계 1위인 회사가 무너지면서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 크게 실망한 고객들이 적지 않다"면서 "향후 서너 달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단기간 투자할 만한 대안 상품에 대한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에 최고 연 4.1%까지

저축은행에서 이탈하는 예금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해 증권사들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위주의 상품군에서 탈피해 안정성을 대폭 강화한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초 신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1개월에 연 3.6% 금리를 주는 예금형 신탁을 출시했다. 2주에 연 3.5%를 주는 상품도 있다. 만기가 약간 긴 3개월 기업어음(CP) 운용형 신탁은 연 4.1%다. 단 최소 가입액은 1억원으로 높은 편이다. 조성준 삼성증권 대리는 "신탁상품은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은행 정기예금만큼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들로만 운용해 안정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KDB대우증권은 신규 고객에 한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금융상품인 연 3.6%짜리 MMT(특정금전신탁)를 판매 중이다. 보험사들은 만기는 저축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길지만 회사가 안정적이어서 원금을 떼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 예금이자보다 수익이 높은 연 5%대(사업비 포함) 저축보험을 중심으로 자금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저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로 향하고 있어 연초 이후 MMF 잔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MMF는 잔고가 71조원을 넘어서면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금보장형 파생상품도 나와

저축은행 예금 이자만큼의 수익이 기대되면서 주식보다는 위험이 적은 파생결합증권(DLS)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DLS란, 금리나 환율·원자재 등의 기초자산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DLS는 대부분 원금보장형인 경우가 많고, 주가지수보다는 금리나 환율 등의 변동성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8일 만기 2개월에 원금이 보장되면서 연 3.7%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DLS를 출시한다. 국책은행의 채권(산은채·중금채)도 저축은행 예금의 대안 상품으로 꼽혔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중금채나 산은채는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것이어서 매우 안정적이면서 만기 1년인 정기예금보다 수익이 0.1~0.3%포인트 높은 연 4.2~4.3%에 달해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