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미 絃의 힘과 강렬한 앙상블

상금보다 부상이 더 탐나는 경우가 있는 법. 미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할 기회를 부여하는 인디애나폴리스 바이올린 콩쿠르가 그런 경우다. 지난 2010년 이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클라라 주미 강·25)가 4일(현지 시각) 카네기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가졌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6)이 반주자로 동승해서 이날 카네기홀에서는 '한국의 밤'이 펼쳐졌다.

전반부의 모차르트와 베토벤, 후반부의 인상주의와 21세기 음악까지 강주미는 현(絃)이 지닌 다채로움을 펼쳐보였다. 검은색 드레스로 의상 코드를 통일한 두 연주자의 앙상블이 전반부에선 빛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同門)인 이들은 학창 시절 수없이 호흡을 맞췄던 실내악 단짝. 하지만 정식 리사이틀에서 함께 연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18번에서는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듯한 2악장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곧이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에서도 둘은 차분함을 잊지 않으며 호연(好演)을 펼쳤다. 1부에서 두 연주자가 상대에 대한 배려를 보였다면, 2부에서는 근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강주미는 2010년 대회 우승 당시 연주곡이었던 조앤 타워의 '스트링 포스(String Force)'에서 청중의 박수가 끝나기도 전에 제목 그대로 몰아붙이듯 '현의 힘'을 내뿜었다. 팽팽하게 조이다가 다시 늘어지듯이 현의 다양한 표정 변화에 객석에서도 환호의 강도가 높아졌다. 난곡(難曲)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야말로 이 젊은 연주자의 매력이라는 걸 그대로 입증했다. 다시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3악장에서 '왕벌의 비행'을 바이올린 버전으로 듣는 듯 쉴 새 없이 요동친 강주미의 현은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비에냐프스키의 독주곡으로 가면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리사이틀에는 '깜짝 손님'이 객석에 나타났다. 30여 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조슈아 벨(44)이었다. 2007년에는 거리의 악사로 변신해서 워싱턴의 출근길 전철역에서 연주하는 실험을 벌여 이듬해 워싱턴포스트에 퓰리처상을 안겼던 주인공이다.

그는 1층 왼쪽 뒷줄에 홀로 앉아서 앙코르 2곡까지 경청했다. 소감을 묻자, 짧지만 명료하게 답했다. "정말 훌륭했다. 나도 공연을 무척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