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물체도 식별하는 서브미터급(가로세로 1m보다 작은 물체도 파악) 위성 보유 눈앞에

이달 중순 한국의 세 번째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3호가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기지에서 발사된다.

아리랑 3호는 해상도 0.7m급으로 한국의 첫 서브미터급 관측위성이다. 서브미터(sub-meter)란 1m 미만의 물체를 파악할 정도로 정밀하다는 뜻.

아리랑 3호에 달린 초정밀 카메라는 고도 685㎞에서 지상의 가로세로 0.7m짜리 물체를 촬영할 수 있다. 야구장 홈플레이트까지 잡아내는 미국 지오아이(GeoEye·해상도 0.41m급) 위성엔 뒤지지만 큰 골프 우산 하나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건물과 도로를 겨우 분간했던 아리랑 1호(1999년 발사·6.6m급)보다는 89배, 버스와 승용차를 구분했던 아리랑 2호(2006년 발사·1m급)보다 2배나 정확해졌다.

아리랑 3호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한국은 이스라엘·미국·유럽에 이은 네 번째 서브미터급 민간 지구관측위성 보유국이 된다.

특히 아리랑 3호의 '눈'(카메라)은 설계와 조립·시험을 모두 우리 힘으로 해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승훈 위성탑재체실장은 "20개월 이상 머리카락 굵기의 7000분의 1에 해당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숱하게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지상 0.7m 물체까지 포착

7일 오후 대전 항공우주연구원 내 전자광학 시험실. 농구장처럼 높고 널찍한 공간에서 흰 방진복 차림의 연구원 2명이 위성조립 시험을 하고 있었다.

이승훈 실장은 "이곳은 24시간 내내 섭씨 20도, 습도 50% 미만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카메라 부품의 팽창과 수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부품 조립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1㎥당 미세먼지는 100개를 넘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과 같은 청정도다.

이 실장은 "이 시험실의 진짜 핵심은 바닥"이라고 말했다. 시험실 바닥은 800t짜리 콘크리트 덩어리 2개와 600t짜리 콘크리트 덩어리로 돼 있다. 이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공기층 위에 섬처럼 떠 있어 어떤 외부 진동도 시험실 안으로 발을 들일 수가 없다. 마치 우주 공간과 같은 무(無)진동 상태를 최대한 재현한 것이다.

항우연 용상순 3호탑재체팀장은 "아리랑 3호의 카메라가 요구하는 극한의 정밀도를 실현하려면 이런 시설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리랑 3호는 초속 7.6㎞로 지구 북극과 남극을 잇는 타원 궤도를 돈다. 지구 한 바퀴에 98분, 한반도 남해에서 북단의 두만강까지 닿는 데 2분이면 족하다. 총알의 20배 스피드로 날면서 15㎞ 폭 안의 0.7m짜리 물체 하나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경 80㎝짜리 주반사경을 포함한 모든 광학 부품들이 머리카락 7000분의 1만큼의 빈틈도 없이 정렬해야 한다. 조립하는 사람의 발자국, 조그만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다.

◇우주같은 무진동 상태에서 조립

지구상 어떤 기계로도 잡지 못하는 위성 카메라의 오차는 빛으로 잡아낸다. 용상순 팀장은 "정렬된 부위에 레이저를 쏘면 그 뒤로 간섭무늬가 나타난다"며 "그 무늬의 휜 정도를 보고 오차를 가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간섭무늬는 연구원의 몸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도 방해가 될 만큼 예민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실장은 "24시간 교대로 작업해도 한 치 오차를 줄이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광학부품들을 오차 없이 조립하는 데만 24명의 연구원들이 10개월을 매달렸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카메라는 다시 중력의 15배에 이르는 발사진동, 영하 20도에서 영상 55도에 이르는 온도변화와 우주공간에서 쏟아지는 우주입자를 견디는지 시험을 받아야 한다.

"조립을 끝냈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파티를 한 지 며칠 만에 오류가 발견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 적도 있었다. 이 관문 통과에만 또 10개월이 걸렸다.

아리랑 3호 발사와 궤도진입, 첫 영상 송신까지는 앞으로 한 달여가 걸린다. 초여름이면 위성영상 자주국이라는 꿈의 성패가 판가름난다.

☞위성 해상도(解像度)

위성 카메라가 지표상의 물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척도. 해상도 1m는 가로·세로 1m의 물체가 위성사진에서 한 점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정찰·첩보위성으로 여기는 서브미터(sub-meter)급은 가로세로 각 1m보다 작은 물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뜻. 미국 키홀(Key Hole) 위성은 0.15m의 초정밀 해상도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