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D-4] 105개국 꿈의 물결에 고래처럼 솟아오른 전시관

엑스포 조직위가 개막을 앞두고 지난 5일 가진 예행연습은 전국에서 몰려든 관람객 11만명으로 넘쳤다. 여수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인파가 오동도 맞은편 박람회장을 메운 셈이다. 엑스포 조직위는 개막 후 하루 평균 관광객 1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엑스포를 점검·준비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인 '여수엑스포 시민포럼' 류중구 공동위원장은 "신항 일대 덕충동은 광복 후 일본에서 귀국선을 타고 넘어온 조선인들이 정착한 가난한 동네였다"며 "여수에서도 가장 소외됐던 지역이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하다니 콧날이 시큰거린다"고 했다.

주제관·한국관·아쿠아리움·대우조선해양로봇관 등 인기 시설 앞에는 관람객들이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시장을 잇는 이동로엔 어김없이 그늘막이 놓여 있었다. 9만8000명이 동시에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늘막 상부 기둥에선 물줄기가 안개처럼 흩어져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엑스포가 한여름에 열리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조직위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원래 계획에 없던 조립식 야외 화장실을 확충했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어지간한 호텔 화장실을 연상시킬 만큼 쾌적하고 깔끔했다. 시원한 에어컨도 가동되고 있었다.

박람회장은 오전 9시 개장해 오후 11시 폐장한다. 강동석 위원장은 "400여 직원이 작년 6월부터 여수 현지에서 숙식하며 밤낮없이 준비했다"며 "잊지 못할 여름 밤바다의 추억을 여수에서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세계인의 해양 축제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12일 전남 여수시 신항에서 개막한다. 국제박람회기구(BIE) 공인 엑스포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에 이어 두 번째다. 2007년 11월 엑스포 유치를 확정한 여수는 4년 6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2조1000억원을 투입해 25만㎡의 최첨단 박람회장을 마련했다. 미국·독일·일본·프랑스·중국 등 세계 105개국과 UN 등 10개 국제기구, 국내 23개 지자체가 참여한다. 8월 12일 폐막한다.

5일 오전 전남 여수산단 환승 주차장. 승용차를 세우고 박람회장을 오가는 45인승 셔틀버스에 올랐다. 엑스포 입구 다섯개 중 과거 주택가가 밀집해 있던 제4문 앞에 버스가 멈췄다. 다시 걸어서 5분. 간단한 보안 검색을 거쳐 박람회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행사 안내 요원인 미모의 도우미들이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여수 발전을 20년 앞당겼다"는 박람회장은 12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울 코엑스 면적 3배인 국제관 건물에 먼저 들어가 봤다. 국제관은 105개 참가국의 53개 전시 시설이 입주한 엑스포의 핵심 시설이다.

국제관 양쪽 건물 가운데 천장에는 '디지털 바다'가 펼쳐졌다. 27m 높이에 설치된 길이 218m, 너비 30m의 LED 스크린에선 디지털 이미지로 구현된 해양 동식물들의 모습이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관람객들은 너나없이 "와~"하며 탄성을 질렀다. 카메라가 일제히 천장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세계 최초로 바다 위에 세운 전시관인 '주제관'은 거대한 향유고래가 솟구치는 듯한 모습이다. 해양을 주제로 한 박람회답게 콘텐츠는 물론 건물 모양까지 해양 동물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높이 15m, 둘레 95m 세계 최대 돔 스크린으로 생생한 영상을 전달하는 '한국관'도 인상적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삼성·SK·LG·GS칼텍스·롯데·포스코 등 7개 국내 대기업도 각자 전시관을 운영하며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박람회장이 들어선 25만㎡ 신항 지구는 각종 무역선과 관공선이 오가던 곳이었고, 여수에서도 변방이었다. 정부는 박람회를 앞두고 2조1000억원을 투입해 2010년 2월부터 이곳에 각종 최첨단 해양 전시·특화시설 80개를 세웠다. 이곳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했다. 김충석 여수시장은 "개최 확정날 새벽에 시민들과 얼싸안고 울던 기억이 난다"며 "전 세계 이목이 이제 29만 소도시 여수로 쏠린다니 감격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