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백홍'석', 역시 한국 바둑 지킬 큰바위

이·세·돌… GS칼텍스배 박영훈 제쳐 "마흔까지 정상 지키겠다"

이세돌(29)의 아성은 역시 견고했다. 6일 끝난 제17기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서 박영훈(27)에게 흑 불계승, 3대2로 재역전에 성공하며 우승 전리품 7000만원을 챙겼다. 7기와 11기에 이은 이 대회 3번째 우승이다. 12기 때 박영훈과의 결승서 선제 2승 후 3연패로 물러났던 아픔을 갚으며 둘 간 상대전적도 22승15패로 벌렸다.

이로써 이세돌의 지배 영토는 춘란배·비씨카드배·올레배 포함, 4개로 늘어났다. 지난 4월 초 원익배 상실 후 박정환에게 잠시 내주었던 국내 '최대주주' 자리를 한 달 만에 되찾은 것. 생애 통산 우승횟수는 38회로 조훈현(158회)과 이창호(140회)의 뒤를 잇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명암은 막판 집중력에서 갈렸다. 4월 초 11연승을 달리는 등 절정의 컨디션을 보였던 박영훈은 지난 한 달 20판이란 살인적 대국 스케줄 탓인지 최근 4연패의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다. 반면 이세돌은 4국 중반까지 불리하던 바둑을 뒤집고 벼랑 끝에서 살아나 그 흐름을 최종국까지 이어갔다. 5국에선 평소와 달리 급전을 시도하는 상대를 받아쳐 단 70분 만에 KO승 했다.

―올 들어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따낸 우승인데.

"전체적으로 나쁜 컨디션은 아니었는데 대국 당일 관리가 안 좋았었던 것 같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

―정상권 연령이 갈수록 낮아져 간다.

"바둑계에서 세월은 두렵다. 누구나 인정해온 이창호(37) 九단이 10위권 밖으로 떨어졌을 정도다. 나도 이 九단처럼 최대한 오래 버티고 싶다."

―구체적으로 몇 살을 한계로 보나.

"40세까지 승부 최일선에서 뛰는 게 목표지만 35살이 되면 체력적으로 후배들을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28세였던 지난해 "앞으로 10년 더 정상에 머물 자신이 있다"고 장담하던 모습에서 신중모드로 바뀌었다)."

백·홍·석… 비씨카드배 유일 한국 기사 "담담하게 중국 격파 구상"

백홍석(26)이 필마단기로 정상에 태극기를 꽂으러 나선다. 9일 속개되는 제4회 비씨카드배서 중국 후야오위(胡耀宇·30)와 결승진출을 다툴 예정. 이 관문을 통과하면 당이페이(堂毅飛) 대 박문요(조선족 기사) 전 승자와 12일부터 결승5번기에 돌입한다.

중국바둑 '황사돌풍'은 전년도 우승자 이세돌을 비롯한 한국 간판급 강자들을 줄줄이 날려보냈다. 백홍석은 흡사 장판교 전투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홀로 뚫은 조자룡의 기세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는 결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이번 대회서 백 九단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가 엄청나다.

"알고 있다. 하지만 부담없이 두려고 한다. 아직 세계 정상권 실력이 못 되므로 후회하지 않을 바둑이 목표다."

―중국 1위까지 올랐던 저우루이양(周睿羊)을 꺾는 등 최고 컨디션인데 너무 겸손해 보인다.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담담하게 임하겠다는 뜻이다. 2006년(제11회 삼성화재배)에 이어 국제대회 4강 진출 자체가 이제 두 번째일 뿐이다."

―올해 23승 6패로 다승(多勝), 승률 모두 베스트5에 들어가 있다.

"자신감이 좀 붙은 게 사실이다. 요즘 공이 약간 크게 보인다(웃음). 평생 신예기전 한 차례 우승을 빼면 준우승만 9번을 했다. 이번 대회가 '마무리 징크스'를 깨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후야오위 바둑의 특징은?

"두텁고 장기전에 능하며 종반전이 좀 까다로운 스타일로 보인다. 실수도 거의 없다. 남의 기풍 신경 쓰는 게 부질없는 것 같아 요즘엔 더 이상 그의 기보를 안 본다."

―전략을 공개할 수 있나.

"중반전투로 승부를 보는 내 스타일대로 갈 것이다."

―결승에 오른다면 상대는 누가 될까.

"현재로선 전혀 관심 밖이다. 관록은 박문요, 기세는 당이페이가 앞서는데 난이도는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