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빨리 오르고 천천히 내리는 기름값의 비밀

7일 기준 두바이 현물유가는 전일보다 3.68달러 떨어진 배럴당 109.24달러로 2월 3일(109.90달러) 이후 처음으로 110달러대가 무너졌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 속에 국제유가가 오를 때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고, 반대의 경우는 천천히 내리는 정유사들의 '비대칭성' 기름값에 대한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유가안정대책으로 석유의 전자상거래 시장 개설, 수입활성화, 알뜰주유소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유사들은 유가안정 말만 나오면 슬그머니 유류세 인하로 맞불을 놓는 느낌이다. 정부는 기름값의 '비대칭성'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주된 증거를 찾지 못해 정유사 담합이나 폭리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상시 감시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알뜰주유소'에도 정유사가 동참하지 않으면 별다른 수가 없는 만큼, 정유사의 담합과 독과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서라도 최소한 정부가 정유사의 눈치를 본다는 의구심은 불식시켜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의 등장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독과점 기름 유통시장에서 최초로 공동구매를 통해 회원 주유소에 공급하면서 2주 만에 L당 100원 가까운 기름값 인하를 가져와 신선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유사들은 이익이 수조원에 이르고 있는 반면, 고유가로 서민들의 대표음식 인 짜장면·치킨, 그리고 택시비까지 물가가 덩달아 오르고 있다. 또 서민경제 전반에서 기름값의 압박을 받는 품목들이 과거보다 더 늘어나면서 유류세만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고집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최근 몇 년간 변한 적이 없는데, 국내 기름값 인상과 국제 원유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결국 정유사들의 원가가 공개되고 주유소에서도 정말 적정한 마진으로 기름값이 책정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적정한 세율조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유사의 '비대칭' 가격결정구조의 획기적 변화 없이는 어떤 기름값 정책도 헛발질만 계속할 뿐이다. 이제 삼성토탈까지 제5 정유사로 가세하면서 진정한 시장 자율경쟁을 통해 고유가 시대를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알뜰주유소에도 공정한 입찰로 유류를 공급해 최종 소비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