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공시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 볼 수도

주가를 올리는 기업들의 호재(好材) 공시가 도리어 함정이 돼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올리는 대표적인 호재는 "재벌가(家)가 최대 주주나 투자자가 된다"는 소식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나 수주 계약 체결 역시 주가를 뛰게 하는 공시이다. 하지만 이런 공시만 보고 무턱대고 투자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주가는 일순간만 '반짝'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재벌가 약발, 일순간만 반짝

작년 9월 15일 디지탈아리아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전날 디지탈아리아의 최대 주주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유티씨앤컴퍼니로 바뀐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공시 이후 디지탈아리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디지탈아리아의 주가는 9200원을 정점으로 급락하더니 8거래일 만에 공시 이전 가격(5650원) 수준인 5670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디지탈아리아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더니 8일 현재 411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1.4% 감소할 정도로 실적이 나빴기 때문이다.

IT 업체 갤럭시아컴즈도 지난해 9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최대 주주로 올라서자 다음 거래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28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더니 최대 주주 등극 이후 11거래일 만에 원래 주가 수준인 167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갤럭시아컴즈 주가는 1495원으로 조 사장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는 공시가 나온 지난해 9월 16일(1605원)보다도 6.85% 떨어진 상황이다. 조 사장이 최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보다 40배 넘게 늘었다.

◇자사주 취득, 정말 샀나 확인해야

기업이 자기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발표도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당장 유통 주식 물량이 줄어들고 주주들에게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주가를 관리한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를 했어도 정말 시행하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신원은 지난해 12월 29일 30억원을 들여 자사주 240만주를 사겠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이 나오자 신원의 주가는 2.4%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신원이 공시한 자기 주식 취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취득한 자사주는 37만7300주에 불과했고, 들인 돈도 5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회사인 엘티에스도 지난해 10월 6일 약 14억원을 들여 자사주 18만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실제로 취득한 규모는 약 4만주에 불과했으며 사용된 돈도 4억2000만원에 그쳤다.

◇수주 계약, 계약은 계약일 뿐

지난해 12월 23일 한신공영이 주택 재개발 정비 공사를 수주했다는 공시를 내자 주가가 3.7% 올랐다. 계약 규모만큼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계약'이었을 뿐이다. 최근 업황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감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단일 판매 및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공시는 총 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건)보다 1.6배 늘었다.

실제로 공사 수주 소식에 한신공영 주가가 오르던 날 웅진에너지는 총 513억원 규모의 계약 3건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태양전지용 웨이퍼를 공급받기로 한 업체들이 태양광 시장 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이 나오자 다음 거래일 웅진에너지의 주가는 7% 떨어졌다. 체결했던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가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