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도 뛰어든 중고폰 시장… 자원 재활용 효과도

◇장롱폰, 환경 살리는 '녹색폰'으로 변신

중고폰 거래 활성화에 따라 그동안 각 가정에 굴러다니는 일명 '장롱폰'들이 햇빛을 보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레콘 애널리틱스(Recon Analytic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26.9개월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바꾸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46.3개월, 이탈리아 51.5개월과 비교하면 약 2배 정도 빨리 새 휴대폰을 장만하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는 1인당 2년에 한 대씩 중고 휴대전화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집집마다 평균 1.5대꼴로 장롱폰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중고폰 거래가 활성화되면 이처럼 집 안에서 자리만 차지하다 결국 버려지는 휴대전화를 다시 쓸 수 있다.

이는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에 유익하다. 특히 휴대전화 안에는 고가 금속 자원과 함께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많지 않은 '희소금속'들이 다량 포함돼 있다. 휴대전화 1대에는 금·은·구리 외에 희소금속 11종이 들어간다. 희토류·리튬·라듐·지르코늄 등이 휴대전화 속 희소금속에 속한다. 천연광석 1t에선 금 4g을 얻는 데 비해 폐휴대전화 1t에는 이보다 100배 많은 금 400g이 들어 있다. 이외에도 은 3㎏, 구리 131㎏, 주석 13㎏, 리튬 5㎏을 생산할 수 있다.

박동현 KT 개인고객부문 리텐션기획팀장은 "중고폰은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고, 고객이 쓰지 않는 전화기를 팔아서 최신폰을 싸게 구입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중고폰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초등학생 딸 때문에 고민하던 주부 김미영(40)씨는 최근 삼성전자의 중고 '갤럭시S'를 16만원에 구입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중고 휴대폰장터 'T에코폰' 사이트에서 산 것이다. 2009년 출시된 구형 모델이긴 해도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뒷면에 약간의 흠집이 있지만,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딸도 만족해했다. 김씨는 "초등학생에게 100만원 가까운 최신 스마트폰을 사주기는 부담스럽다"며 "통신사에서 보증하는 제품이어서 믿고 샀다"고 말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중고폰 시장을 속속 개설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중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신형으로 바꾸기 전에 자신이 쓰던 스마트폰을 판매하려는 사람도 많아졌다.

◇가격 싸고 품질 안심…중고폰 거래 증가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개설한 중고폰 온라인장터 'T에코폰'은 올 3월 기준으로 누적 거래량 4만대를 돌파했다. KT도 3월 '올레 그린폰' 서비스를 정식 도입하면서 중고폰 손님 잡기에 나섰다. 삼성 갤럭시S, 애플 아이폰3GS처럼 출시된 지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장기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누리는 제품이 주로 거래된다.

중고폰의 제일 큰 매력은 싸다는 것이다. 대부분 20만원 안팎이고, 잘만 고르면 10만원 이하인 제품도 있다. 온라인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중고폰 거래와 달리 통신사가 품질과 안전거래를 보증한다는 것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포인트다.

SK텔레콤의 경우, 중고 휴대전화에 등급을 매기는 전문 감정사까지 두고 있다. 감정사는 중고폰의 외관 및 제품 상태에 따라 A+, A, B+, B, C 등 다섯 단계의 등급을 매긴다. "시장에서 소고기를 사듯 등급을 보고 구입하면 불량품 때문에 낭패볼 일이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KT 역시 고객에게 중고폰을 매입할 때부터 '양호' 또는 '불량'을 판정해주고 있다.

정건희 SK텔레콤 휴대전화 전문감정사는 "휴대폰 감정 시 전원·화면·외관 등 20개 항목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며 "중고폰을 팔 때 가격을 더 높게 평가받으려면 화면보호필름·케이스 등으로 외관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