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백화점 매출 감소… 경기 회복세 주춤?

여러 경기지표의 방향성이 엇갈리는 가운데 새로 발표된 소비지표가 어둡게 나왔다. 경제가 아직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8일 '5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자체 모니터링 결과 4월 할인점 매출은 작년 대비 2.4%, 백화점은 3.8%, 국산차 판매량은 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할인점은 2월 이후 2개월, 백화점은 1월 이후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자동차 매출은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기재부는 "최근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물지표 개선 추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백화점의 경우 평소 3월부터 시작되던 세일이 올해는 다소 늦춰져 4월에 실시됐는데도 4월 매출이 작년보다 감소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기재부는 인터넷 쇼핑 매출이 급격히 늘면서 백화점 매장 판매 자체가 추세적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또 할인점 매출이 줄어든 것은 정부의 재래시장 지원정책의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그러나 세 가지 이유를 들어 4월 이후엔 소비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째, 고용 회복세가 계속되고 물가도 안정돼 소비 여건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1월 이후 취업자 증가 규모는 매달 1년 전에 비해 41만~44만명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물가는 3월 들어 2%대로 떨어진 뒤 4월에도 2%대를 유지했다. 둘째,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된 것도 좋은 신호다. 이 지수는 1월 98을 기록한 뒤 2월 100, 3월 101, 4월 104 등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향후 소비 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셋째, 신차와 신형 스마트폰의 출시, 런던올림픽 특수도 소비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김정관 경제분석과장은 "작년 대비 소비지표가 부진하지만 3월에 비해서는 다소나마 개선 조짐이 보인다. 흐름상 소비지표가 나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 중에선 민간 소비 회복에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 민간 소비 부진은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의 고착화, 늘어나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등 자산 가치 하락,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등의 요인들이 복합 작용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프랑스와 그리스 등의 선거결과로 유럽 내 재정 위기 해결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