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돌고 돌아… 돌고래쇼 대신 '생태설명회'로

서울대공원이 '돌고래쇼' 폐지를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공원은 8일 28년간 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던 돌고래쇼 폐기를 선언했다. 대신에 "교육적 요소에 중점을 둔 무료 돌고래 생태설명회를 열겠다"고 했다.

생태설명회는 지느러미 박수, 높이 뛰기, 회전 등 인위적인 묘기는 제외된 상태에서 파도타기·달리기 정도만 보여주는 수준. 이와 함께 돌고래 먹이 장난, 이동 모습 등을 담은 동영상 자료를 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생태설명회도 '사실상의 돌고래쇼'라며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무료생태설명회'로 언어를 순화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료생태설명회도 돌고래쇼인 만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폐지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돌고래쇼 존폐' 논란은 지난 3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 단체들이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며 시위를 벌였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들 주장을 받아들여 같은 달 12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돌려보내고 돌고래쇼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돌고래쇼 완전 폐지 여부는 시민위원회와 시민의 의중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돌고래쇼를 보고 싶다는 시민 건의가 이어졌고, 한 달 반 만에 대공원은 '생태설명회'란 이름으로 지난달 22일 사실상 한시적으로 '돌고래쇼'를 재개했다. "돌고래들이 움직임 없이 있으면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변명이었다. '돌고래쇼'에서 볼 수 있었던 일부 묘기도 보여줬다.

이런 대공원 태도는 여론 눈치를 본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리서치앤리서치가 4월 13일부터 사흘간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돌고래 공연을 지속해야 한다"는 대답이 52%로 돌고래 공연 폐지(40%) 의견을 압도했다. 박 시장도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달 3일 토론회에서 "(1년에) 100만명 넘는 아이들이 즐기던 것(돌고래쇼)이 사라지게 되니까 미안함은 있다"며 "돌고래 쇼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는 조사 대상 7283건 중 돌고래쇼 폐지(56.8%)가 유지(23.2%)보다 많았다.

우여곡절을 거쳐 탄생한 생태설명회는 방사 대상인 제돌이를 비롯, 대공원 5마리 돌고래가 모두 참여한다. 그러나 제돌이는 다르다. 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은 "제돌이는 생태설명회에 참가만 할 뿐, 조련사가 일절 손대지 않는다"고 했다. 설명회 도중 제돌이가 제멋대로 돌아다녀도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이런 방안이 최선은 아니지만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