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할머니·홀시어머니·간암 남편·장애 아들 30년간 부양한 최순덕씨 훈장 받아

"의사들도 낫기 힘들다고, 포기하라고 했던 우리 아들이 이제는 요양시설 할머니·할아버지 앞에서 색소폰을 불어요."

30년 동안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어엿하게 길러낸 장한 효녀이자 어머니 최순덕(51·강원도 철원·음식점 운영)씨는 "아픈 가족들이 몸이 나아 함께 모여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1983년 남편 한경희(54)씨와 결혼한 최씨는 결혼과 동시에 홀시할머니와 홀시어머니를 모시기 시작했다. 1998년 시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시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심해져 가족들을 몰라보고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게 됐다. 최씨는 그러나 시어머니를 요양원이나 입소시설에 모시는 대신 세끼 죽을 끓여 떠먹여 드리고 매일같이 목욕을 시켜 드렸다. 그는 "딸과 아들, 남편이 한마음으로 함께 어머니를 모셨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최씨는 "가족이 아프거나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한필규(25)씨는 안면기형을 유발하는 크루존병과 항문폐쇄증 등 중증장애를 안고 태어나 지금까지 30번 넘게 수술을 받았다. 남편 한씨는 2003년 간암 판정을 받고 10여년 동안 간 절제 수술 등 11번에 걸친 수술을 견뎌야 했다. 지금도 남편 한씨는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하고, 아들 필규씨는 며칠 전에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응급실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도 최씨 부부와 아들 필규씨는 '색소폰 가족'이 됐다. 최씨는 "색소폰 연주를 잘하는 남편이 3년 전 아들에게 색소폰을 가르쳐줬고, 난 아들에게서 색소폰을 배웠다"며 "친척들이 시어머니를 뵈러 오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면 남편·아들과 함께 색소폰 연주를 하는데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씨 가족은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들,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일용품 등을 수시로 기부하고, 매년 어버이날이나 연말에는 주변 홀로 사는 노인이나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모셔와 불고기파티를 열어왔다.

보건복지부는 최씨의 이 같은 노력을 높이 사 40회 어버이날을 맞은 8일 최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또 시부모를 극진히 모시면서 15~20명의 홀로 사는 노인을 돌보는 독거노인돌보미 공정화(57)씨와, 시어머니가 100세 넘을 때까지 50년 이상 봉양한 윤학남(66)씨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등 효행자와 장한어버이, 노인복지 기여자 등 168명이 국민훈·포장과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