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촉'이 살아나… 신문은 내 카피의 寶庫"

"나에게 텍스트는 '바른길로 가는 신발'이다."

광고인 박웅현(51)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언어는 생각의 질이다. 공기 속에 흩어지는 말을 정리한 게 책이다. 카피라이터인 나는 텍스트에 대한 촉수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리더스 콘서트 올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씨는 8일 오후 '촉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애경홀을 가득 채운 300여명의 청중을 상대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박씨는 "신문이라는 텍스트를 자세히 읽어보면 머릿속에서 엄청난 파도가 일어난다. 어떤 파도가 일어났든 우리 촉수를 민감하게 만들어준다"면서 "어딘가에 쓰일 말을 신문에서 제일 많이 건진다"고 말했다. 강의 끝 부분에 그는 신문에서 본 구절, 신문에 실린 시, 간판 이름 등으로 가득한 노트 한 권을 보여주며 "나에게 울림을 준 텍스트는 다 보관해 둔다. 이것이 가장 강력한 재산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리더스 콘서트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의 강연으로, 내일(10일) 성균관대에서 열린다. 문의 (02)521-9716

☞강연 전문과 질의응답 내용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읽기의 즐거움, 명사 릴레이 특강 리더스 콘서트

일시: 2012년 5월 8일 화요일 오후 2시~오후 4시
장소: 한국외국어대학교 애경홀
주제: 촉수를 위하여
강연: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주최: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선일보

1부: 강의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는 즉, 텍스트에 대한 중요성이다. 신문 역시 텍스트에 포함된다.

 나의 세대는 텍스트 제너레이션이다. 90년대 이후로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은 비쥬얼 제너레이션이다. 비쥬얼에 대한 훈련이 많이 되어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비’라고 하면 시의 구절들을 생각하는데, 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영상 이야기를 한다. 양철 위로 같은 비가 떨어지고 비가 쌓이는영상이었다. 정보를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로 저장하는 것이다. 나에게 없는 것이다. 즉, 텍스트 뿐 아니라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떨어지는 빗방울이 언제가 됬든 놓치지 않는 촉수가 있었다. 이 촉수가 훗날 유명한 카피를 쓰게 되는 기반이 된다. 촉수를 가지자!

나는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대학때 신문을 만들었고,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 나에게 있어서 텍스트 중요성은 이루 말할수 없다. 나에게 텍스트는 ‘바른 길로 가는 신발’이다.
텍스트를 많이 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텍스트의 부정적 측면을 좀더 해보자. 인간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중에 가장 저급한 수단이 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세상의 이 즐거움을 왜 말로 표현하는가라고도 했다. 우리의 감정을 언어로 전달하는 것은 힘들다. 마스터 피스라는 단어가 가지는 한계에 대해 아는가. 느낄수 있을 뿐 전달할 수 없다. 이래서 언어가 갖는 한계가 있다.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언어만큼 명징한것이 없다. 우리의 생각을 전달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말이다. 언어는 생각의 질이다. 이 말은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우리는 내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 매우 무책임하다. 내 생각이 정리하지 않고 전달한다. 그러나 내 생각이 형체를 가지고 있다면, 이 생각은 언어라는 집에 산다. 그러니, 내 생각을 명징하게 전달하게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은 언어다. 민음사를 만든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공기속에 흩어지는 말을 정리하는게 책이다. 떠돌고 있는 생각들이 수습되는 게 시이다. 여기에 텍스트의 힘이 있다. 이런 훈련을 내가 받다 보니, 텍스트에 대한 촉수가 남다르다. 텍스트가 저급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는 ‘바른 길로 가는 신발’이다. 읽히는 것을 본다.

나는 감동 받는 걸 기억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감동이다. 감동은 머리에 저장되고, 그것이 쌓일 때 촉수가 발달한다.
나는 읽는 촉수가 발달했다. 텍스트다.

10년전에 일산 쪽 해장국집 이름은 국가대표 해장국이었다. 이삿짐 트럭의 이름이 대표이사였다.(다들 웃음) 정말 흘려보낼 수 없는 부분들이다. 내가 그쪽에 발달해 있으므로.
길거리에 있는 텍스트들이 내 머릿속의 종을 쳐댄다. 이것이 내가 읽어서 쌓은 훈련이다. 이런 훈련이 없었더라면, 해장국집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내 직업은 읽는 것이 어느 순간 아웃풋이 되는 직업이다. 내 자양분이 쌓이기 위해서는 읽거나 쓰거나 공연을 보거나 해야한다. 슈퍼마켓을 가도 엄청나게 많은 달걀들 이름을 본다. 이런 이름들만 가지고도 영화와 소설이 나올 수 있을것 같다. 눈앞에 소잿거리들은 깔려있다. 필요한 건 촉수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귀로, 그림을 하는 사람들은 눈으로, 나는 텍스트로 간직하고 있다. 놓치는 것은 싫어서 핸드폰 메모장을 쓴다. 어느 날은 이런 카피를 봤다. 하늘을 땅으로 부른 그릇. 미술관의 분청사기전 제목이다. 소름이 돋고 메모장에 입력했다. 이런 것들이 나의 재산이 된다.
노래방을 가도 가사를 읽는다. 그 곳에도 시구가 엄청나게 많다. 목포의 눈물이라는 글을 쓸수 있을 것 같은가. 이것은 엄청난 비유다. 텍스트의 부분에서 보면 트로트의 파장은 엄청난다. 누구 노래였던가- 바쁠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최고다. 이는 사랑이다. 눈이 옵니다. 당신이 오는 곳에도 눈이 오는 지요. 사랑이다. 아무 감정이 없어보이는 단어도 우리 감정을 사로잡는다. 카피라이터는 이런 텍스트의 힘을 발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군요. 이 가사도 대단하다. 얼마나 같은 옥같은 가사들이 노래방 기기에서, 신발가게 간판에서, 나온다. 조폭이 영화에서 말하는 ‘진심은 통한다’.

신문을 보면, 어딘가에 쓰일 말을 신문에서 많이 건진다. 얼마 전에 본 책광고다. 요즘 나오는 헤드라인들은 절절한게 많다. 고등학생 교육.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다. 요즘 어머니들은 너무 사랑해서 애들을 만들려고 한다.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아 행복해’라는 말이다. 이런 말을 내가 어찌 잊겠는가.
신문에 나왔던 기사 중 하나다. 외고생이 쓴 일기장의 한부분이 나왔다. 이를 잡은 것도 신문이다. 공책을 가져갈 친구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열일곱의 피말리는 전쟁을 만들어줘도 감사하다. 스스로 뛰어내리게 해서 경쟁자를 없애줘서 감사하다. 이런 걸 만드는 게 우리 사회다.
‘10대라는 형벌’ 이게 헤드라인이었다. 인생에서 10대만큼 찬란한 시기가 없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10대가 형벌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다.
신문에서 본 것 중 이런것도 있었다. ‘이제 됬어’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전교 일등을 하고 투신하며 엄마에게 했던 말이다.
우리가 무심히 봐서 그렇지, 신문에서 나올 수 있는 정보들은 정말 많다.

어떤 신문 책광고다. 배신을 통해서 내 목숨을 건질 것인가, 죽음앞에서 신념을 버릴 것인가. 절묘한 말이다.

오래전 이야기다. 내가 움직였던 글들은 신문에 나왔던 기사 몇줄이다.
조지 부시에게 기자가 질문을 했다. 당신은 대학 때 음주운전했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자 조지 부시가 한마디를 했다. 나는 실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한 줄을 듣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영국의 시장 리빙스턴이 임기중에 그만뒀다. 기자가 물어봤다. 왜 그만두었는가. 대답했다. 정치는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니다 라고 말했단다.

기억하시는가. 신문에 나온 작은 기사다. 미국에서 서부에서 여고 농구팀이. 장애인 학교 농구팀과 게임을 했다. 100대 0으로 이겼다. 그래서 학교 교장이 화났다. 커뮤니티에서 반대여론도 많았다. 코치가 잘렸다. 몇일 후에 그 코치가 했던 기자회견이 났다. 상대를 존중했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 한마디를 듣고 자른 게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신문의 텍스트를 자세히 읽어보면 머릿속에서 엄청난 파도가 일어난다. 어떤 파도가 일어났든 우리 촉수를 민감하게 만들어준다.

텍스트는 가장 쉽다. 음악, 미술은 텍스트보다 어렵다. 다 좋아하긴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텍스트가 쉽다. 촉수에 관하여라고 말했는데, 이 것이 바로 우리 삶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바깥에 봄이 왔다. 봄이 온 건 기적이다. 우리는 이 기적을 우리는 놓치고 있다. 가장 이를 놓치지 않게 촉수를 민감하게 해주는 게 바로 텍스트고, 읽기이다.

영화, 드라마, 길거리 간판, 가사, 모두 유의미하다. 좋은 선생이 될 수 있다. 그중에 내게 맞는 걸 고르면 된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텍스트를 무시하면 너무 많은 걸 놓친다.

개인적 말씀을 드리자면, 난 책이 가장 좋다.
책은 어떤 것보다도 총체적 정보를 준다. 책을 볼때 10p~20p 넘길 때까지는 흐름을 잡아줘야 한다. 김훈이나 알랭드 보통 책은 또박또박 찍어읽어줘야 한다. 경영서나 자기계발서는 쭉쭉 읽어줘야 하고, 어떤 것은 문맥파악을 해야한다. 그것만 하고 나면 책은 도끼다.
책 뿐 아니라, 영상도, 간판도 온갖 도끼다.
단, 도끼를 도끼로 볼 수 있는가 이런 것만 잡으면 된다. 그래서 텍스트이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작성하는 노트 한권을 보여줬다. 빼곡한 그의 노트엔 간판 이름도 적혀있고, 신문에서 나온 시들, 신문에서 오린 것들, 신문에서 본 구절들도 가득했다.
“나에게 울림을 준 텍스트는 다 보관해둔다. 이것이 가장 강력한 재산이다.
꽃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온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촉수를 민감하게 하자. 이를 민감하게 하기 위해서 텍스트를 읽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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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토크쇼

Q. 어떻게 이렇게 창의적인가.
A. 창의적 사람들은 다른 게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사물을 보는 것이다.

Q.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있는가?
A. 나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묻는다. 어떤 전공이며, 어떤 분야를 좋아하고, 어떤 부분에 감동받는가를 묻고 대답을 한다. 그렇게 해야 책을 놓치지 않는다.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이 그래서 위험하다. 이런 질문은 나보다도 주변의 선후배에게 해라. 자기에게 너무 낯설지 않은 그 무엇을 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 한권의 책을 말씀드리긴 어려울것 같다.

Q.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
A.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서양미술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리나 이런 것들이다. 다 다른 책들이다.

Q. 광고기획을 할 때 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노하우를 알려달라.
A. 아이디어가 필요해서 신문을 본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안테나가 쟁여져 있으면 나올 수 있다다.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 많을 수록 유리하다. 기억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감동하는 거다. 예민한 촉수를 가진 사람들이 감동을 잘 받는다.
소름이 잘받는 사람,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이 좋은거다.

Q. 고등학교 때 돌아가면 무엇을 할것인가.
A. 어떤게 본질인지를 보고 이를 탐구할 것이다. 본질이라는 것은 ‘시간의 시련을 이겨냈는가’를 중심으로 찾아라. 모든 것은 잊혀져 간다. 50년 후에 빅뱅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그런데도 200년, 300년이 지난 후에도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유행하는 것을 궁금해하지 말고, 이것을 신기해하라.

Q. 촉수를 뻗기 위해 20대가 해야할 일은?
A. 제일 좋은 건 경험이다. 근데, 직접경험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간접경험이다. 그것이 바로 주변에 있는 좋은 콘텐츠이다. 좋은 영화, 좋은 사람과의 경험, 이런 경험들을 자꾸 쌓아두라. 그것이 내 촉수를 예민하게 만들어줄 스승들이다. 대부분의 그 스승들은 책을 쓴다. 그것도 자신의 힘을 다해 가장 명쾌하게 책을 쓴다. 그것들이 서점에 깔려 있다. 햇살 하나가 까뮈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접해 보라. 그 전에 보는 햇살과 그 후의 햇살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배울만한 스승들은 어떤 촉수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Q. 신문 읽기 노하우는 무엇인가?
A. 신문의 좋은 점은 어젠다 셋팅이다. 검증된 사람들이 많은 논점들과 이야기들 중, 그 많은 것들 중 정리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신문을 보는게 제일 좋다. 여기저기 훑어보면서 대부분은 헤드라인 보면서 감잡고, 관심가는 것이 있으면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