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변신한 '싸구려 커피'

장기하는 "전에 다른 DJ들의 대타는 몇 번 해봤지만 내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맡는 건 부담감의 차원이 다르더라"고 했다. 그는 첫 방송의 첫 게스트로 가수 이적을 초대했다. "같은 대학 같은 과(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에, '장대라' 이전 SBS 라디오의 같은 시간대 프로인 '텐텐클럽' DJ를 맡았던 선배예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편한 자리였다면 얼마든지 받아쳤을 농담도 대꾸를 못 하겠고…. 완전히 패닉(공황)이었죠."

그는 "음악 외에 새로운 생활이 필요해서 이번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고 했다. "일상의 경험을 소재로 음악을 만들어 왔는데, (가수가 돼) 음악이 곧 일상이 되다 보니 다시 그걸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게 어색해졌다"고 한다. 그는 "음악적이지만, 음악 애호가가 아닌 사람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프로를 만들고 싶다"며 "뮤지션뿐 아니라 배우나 개그맨도 게스트로 초대하고 청취자들의 고민 상담도 할 것"이라고 했다.

화제를 음악 얘기로 돌려봤다. 장기하는 "대학 전공은 음악과 무관했지만 음악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었다"고 했다. "3학년 때 과 친구들, 후배들을 모아 기타를 가르쳐 가며 밴드 활동을 했다"며 "홍대 앞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눈코)이 이 밴드의 연주를 본 게 계기가 돼 드러머로 영입됐다"고 했다. 2002∼2009년 눈코 멤버로 활동한 그는 "눈코를 계기로 내 음악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대학 때 만든 노래는 지금과 달라요. 눈코 멤버들 영향으로 송창식, 산울림, 정태춘 등의 노래에 빠지면서 '한국어로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지금 말하듯 노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그 영향 때문일 거예요."

장기하는 자기 음악의 매력으로 '솔직함'을 들었다. "나는 실제보다 멋있어 보이려고 허세를 부려 봐야 다 들통나는 사람이다. 그럴 바엔 음악으로 거짓말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는 얘기다. "1·2집에 실린 노래들은 거의 기분이 안 좋을 때 만들었다"며 "힘들고 자존감도 낮아졌을 때 노래를 만들어 해소했다. 작곡이 내겐 치유였다"고도 했다.

장기하의 음악은 '88만원 세대'의 좌절을 대변한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대 출신의 '엄친아'가 '루저(패배자)'의 감성을 노래하는 건 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이에 대해 "데뷔곡 '싸구려 커피'를 빈곤에 대한 노래로만 해석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 노래는 빈곤보다는 20대의 불안에 대한 거예요. 가사의 '눅눅한 비닐 장판'도 제 군대 시절 내무실에 깔려 있던 거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공허하고…. 누구나 그 무렵 그런 생각 하잖아요."

팬들은 그가 3집을 언제 낼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는 "3집은 이전 음반들보다 감성적인 느낌일 것"이라며 "작업 중인 곡을 들은 사람들이 '장기하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라고 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3집 발매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한다. "저는 소위 '그분'이 오셔야 곡을 쓸 수 있어요. 3집 언제 나오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도 그분이 언제 어떻게 올지 그게 정말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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