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전용 홈쇼핑, 출범 3개월에 1000억 매출

중소 전자업체 대성헬스믹의 믹서기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꽤 입소문이 나 있다. 생과일 주스와 곡물 분쇄 등 한국형 음식을 만들기 용이한 데다 스테인리스 재질이어서 내구성도 좋다는 평이다. 그러나 판로가 넓지 못해 주부들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해야 했다.

지난 1월 중소기업 전용 TV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에 입점한 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1분기에만 홈앤쇼핑을 통해 6만개, 80억원어치가 팔렸다. 기존 홈쇼핑 업체들이 주로 판매하는 외국 유명 브랜드 믹서기들에 뒤지지 않는 실적이다. 홈앤쇼핑 전순구 실장은 9일 "우수 중기 제품을 발굴해 중소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홈앤쇼핑의 목적이 제대로 구현된 케이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위해 지난 1월 7일 공식 출범한 홈앤쇼핑이 유통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중앙회(지분 33%)와 기업은행·중기유통센타·농협중앙회(지분 각 15%) 등 중기 관련 단체들이 출자해 설립했다.

홈앤쇼핑은 올 1분기 117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런 추세라면 설립 첫해 목표인 총매출 5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홈쇼핑업계 4위인 NS홈쇼핑이 지난해 9000억원대의 총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홈앤쇼핑이 출범 직후부터 대단히 선전(善戰)하는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팔아 거둬들인 실적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제품 편성을 80%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홈쇼핑 업체들과 달리 수입명품이나 휴대폰, 보험상품 등의 판매 방송을 많이 편성하기 어렵다. 홈앤쇼핑 강남훈 전무는 "1분기 중기 제품 편성률이 의무편성 비율을 훨씬 넘는 93.3%에 달했지만 경쟁력 있는 중기 상품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여러 히트 중기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를 원적외선으로 바꿔 조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렌지메이트'는 1분기에 5만 개, 40억원어치가 팔렸다. 1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린 건강기능식품도 여럿 등장했다.

홈앤쇼핑은 또 지난달부터 중소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는 '중소기업이 희망입니다'라는 무료 방송을 시작했고, 이달에는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 발굴을 위해 홈앤쇼핑의 상품기획자가 중소기업을 1대1로 컨설팅해주는 '상품입점 설명회'도 열고 있다. 홈앤쇼핑 측은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율도 30.8%로 다른 홈쇼핑 업체들의 평균 수수료율 35%보다 낮다"며 "앞으로 경영 상황에 따라 수수료 인하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홈쇼핑 업계는 홈앤쇼핑의 세력확장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들이 다루는 상품도 약 60%가 중소기업 제품인데 홈앤쇼핑만 중소기업의 대변자처럼 비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 홈쇼핑 업체 간부는 "홈앤쇼핑이 황금채널을 잡기 위해 최근 기존 송신수수료의 두 배가 넘는 무리한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과열경쟁을 계속하면 결국 중소기업에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