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월급쟁이 稅부담(소득세+사회보험료) 줄어들 때… 한국은 늘었다

지난 10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월급 생활자들의 실질세부담은 평균적으로 줄어들었던 데 반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 정부가 감세(減稅) 기조를 폈음에도 고령화로 인해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복지 수요 확대로 감세 기조가 증세(增稅) 기조로 전환한다면 실질세부담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OECD가 최근 내놓은 '2011 임금과세(Taxing wages)'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자녀를 두고 있는 평균소득(연 3615만원)의 외벌이 봉급 생활자 가구의 경우, 실질세부담(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합한 것) 비율은 2000년 15.6%에서 2011년 17.9%로 상승했다. 봉급에서 세금 또는 세금에 준하는 명목으로 떼는 금액이 봉급보다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감세 기조를 유지해 온 현 정부로 한정해 보더라도 2007년 17.4%에서 2011년 17.9%로 올라갔다.

반면 OECD 소속 33개국의 평균 실질세부담 비율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재정위기 영향으로 일부 증세에 나서는 국가들이 나오면서 2011년 들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OECD는 보고서에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실질세부담 비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간 나라는 33개국 가운데 한국 등 8개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은 소득 대비 세부담 비율의 절대 수준 자체가 2011년 현재 2자녀 외벌이 기준 17.9%로 OECD 평균인 25.4%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긴 하다. 문제는 세부담 비율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소외 계층 실질세부담만 OECD 평균보다 높아

한국은 특히 저소득층의 실질세부담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빨리 증가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OECD 보고서가 소득 및 가구 형태에 따라 8개로 분류한 소집단 가운데, 평균소득의 67%만 버는 편부모 2자녀 가구의 실질세부담 비율은 최근 4년 새 16.1%에서 17.0%로 증가하면서 OECD 내 17위에 올랐다. 8개 유형 가운데 유일하게 OECD 평균(16.2%)보다 높았다. 저소득이면서 가정환경도 좋지 않은 가구의 실질세부담 비율만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이다.

반면 평균소득의 167%를 버는 고소득자이면서 미혼인 가구는 8개 유형 가운데 유일하게 실질세부담 비율이 최근 4년 새 22.5%에서 22.2%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실질세부담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가운데, 다른 계층에 비해 소외계층의 실질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고령화가 요인"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는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완성된 복지국가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료·국민연금보험료 등 사회보장 지출 부담이 증가하면서 실질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그나마 감세 기조를 통해 증가 속도를 늦춘 것"이라고 밝혔다. 소외계층의 실질세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03년에 국민연금 가입 대상을 전 사업장으로, 2004년에 고용보험 대상을 일용근로자 등으로 확대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던 소외계층을 '보호 영역' 내로 집어넣어 생긴 결과"라며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저소득층의 경우 4대 보험료 상당분을 보조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계층에 대한 포퓰리즘식 복지 확대를 자제하고 보조가 정말 필요한 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질세부담(Tax Wedge)

봉급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험료를 합한 것이 차지하는 비율. 실질세부담 비율이 20%라면 세전소득 가운데 20%를 세금 및 사회보험료로 뗀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