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장학재단(삼성·현대차·롯데·포스코·STX), 지역대 학생부터 장학금 준다

부산대 기계공학부 2학년 김신애(20)씨는 포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친구들이 성적 걱정할 때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해결할까' 내심 고민했다. 과학수사 전문가가 돼서 국립 연구소에 근무하는 게 꿈이었지만, 아버지 없이 어머니(48) 혼자 마트에서 일해 남매를 키우는 가정 형편을 생각하면 대학 진학은 너무 먼 꿈처럼 느껴졌다.

김씨는 부산대 합격 후 포스코청암재단 장학생으로 뽑혀 대학 4년간 매년 500만원씩 장학금을 받게 됐다. 김씨는 "장학금을 못 받았으면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돈이 나에겐 그냥 돈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준 한 줄기 빛"이라면서 "지역대학이지만 우리 과는 실력 있고 취업 잘되는 곳이라 미래도 밝게 느껴진다"고 했다.

춘천교대 3학년 정지혜(21)씨는 고3 때부터 4년째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학기당 200만원씩 기숙사비를 지원받고 있다. 등록금은 국가 장학금으로 해결한다. 아버지(52)는 소아마비 후유증이 남은 몸으로 경기도 여주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다리가 아파 농사를 더 못 짓게 되자 지금은 회사 택시를 몰고 있다. 정씨가 고1 때 어머니(2011년 별세)가 백혈병에 걸려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

정씨는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장학금 덕분에 생활비 걱정 없이 내 꿈을 이루는 데만 몰두할 수 있다"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정말 고마운 일이니 나중에 네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해서 사회에 갚으라'고 하셨다"고 했다.

롯데장학재단·삼성꿈 장학재단·포스코청암재단·현대차 정몽구재단·STX 장학재단 등 5개 대기업 공익법인들은 앞으로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때 지역대학 학생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기로 했다. 우수한 인재가 흔쾌히 지역대학에 진학하는 풍토를 만들어, 지역도 살리고 학교도 살리고 부모의 부담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9일 서울 용산구 삼성꿈장학재단에서 이들 5개 법인 관계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5개 공익법인은 작년 한 해 전국 대학생 1640명에게 1인당 평균 700만원씩 약 100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지역대학 학생은 515명으로, 10명 중 3명꼴이다(31%). 5개 공익법인은 앞으로 장학생을 뽑을 때 지역대학 학생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려, 앞으로 5년 안에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공익법인들은 또 지역대학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학생 장학금뿐 아니라 연구기금을 배분할 때도 지역대학 연구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교과부는 "이 5개 법인은 정부 지원 없이 장학사업을 하는 순수 민간기관이지만, '지역대학이 발전해야 국가 전체가 희망이 있다'는 정부 정책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삼성꿈장학재단 손병두 이사장, 현대차정몽구재단 유영학 이사장, 롯데장학재단 이근재 상무, STX장학재단 황해룡 사무국장, 포스코청암재단 이우인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