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으로 잘린 가슴, 수묵화로 부활

천안 단국대병원 로비에서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여성들의 상반신을 누드로 그린 수묵화 21점이 걸려 있는데, 그림 속 여성들은 모두 한쪽 가슴이 없거나 가슴에 흉터가 있다. 이 전시회의 모델은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 또는 일부분을 절제한 15명의 환자들이다. 유방암 환자 누드 수묵화들은 현재 전국 병원을 순회하면서 전시되고 있다. 모델로 나선 환자들은 아직도 유방암과 투병 중이다.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유방암이 재발해 남은 가슴까지 절제한 환자도 있다.

유방암 환자로서 직접 모델로 참여한 이행순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2010년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모임인 '분당비너스'를 중심으로 수묵화 모델을 섭외해 기획했다. 그림을 그린 이소영 작가(대학 강사)는 "처음에는 환자들이 수술 자국이 선명한 가슴을 남들 앞에 내보일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되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방암에 걸리고 나니 가슴이 없으면 여자가 아니다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며 "그러나 가슴이 없거나 일부를 절제했더라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11일까지 천안 단국대병원, 14~18일 가천의대길병원, 6월 전북대병원(11~15일)·부산고신대복음병원(18~22일)·분당서울대병원(25일) 등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