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업벌(인천 영흥도 서쪽 무인도) 해저유물 발굴 '제2의 신안' 희망 건다

"바닷물이 계곡물처럼 세차게 흐르는 게 보이지요. 물에 들어가면 떠내려갈 정도입니다."

8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닿는 무인도 섬업벌.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 소속 해저유물발굴선 18t씨뮤즈호가 섬업벌 앞바다에 떴다. 길이 18m짜리 작은 배지만, 해저 지형을 실시간 3차원 영상으로 볼 수 있는 4억5000만원짜리 다중빔음향측심기까지 갖춘 수중발굴전용선이다. 배 주위로 가로 300m, 세로 500m 직사각형 작업 구역을 표시한 부표 네 개가 둥둥 떠다녔다. 국제규격 축구장 20개가 넘는 넓이다. 섬업벌 해저발굴 책임자 신종국(39) 학예연구관은 "작업 여건이 좋으면 잠수사 2명이 1시간에 50mX50m를 탐사할 수 있지만, 조류가 빠르거나 날씨가 궂으면 전혀 진척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씨뮤즈 선상에선 올해 수중발굴 시작을 알리는 개수식(開水式)이 열렸다. 삶은 돼지 머리와 켜켜이 쌓은 시루떡, 사과, 배를 각각 다섯 알씩 올린 간소한 상이 차려졌다. 성낙준 소장과 발굴단원들은 별다른 사고 없이 발굴이 이뤄지길 기원하면서 절을 올렸다.

섬업벌 해저유물 탐사는 2010년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여행객이 물밑에서 청자를 발견,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대접, 그릇, 통모양 잔 뚜껑 등 청자 160점을 건져냈다. 섬업벌 인근은 고려 때 개경, 조선 때 한양으로 올라가는 해로에 위치해 있고, 물길이 험하기 때문에 교역선이 난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해양문화재연구소 문환석(51) 수중발굴과장은 "섬업벌은 2007년 고려청자 2만5000점이 쏟아져 나온 태안 대섬의 고려배나 2009년부터 작년까지 청자와 젓갈, 생선 등 음식물이 쏟아져 나온 태안 마도의 뒤를 잇는 새로운 '보물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섬업벌 수중발굴은 신종국 학예연구관과 양순석(40) 학예연구사, 수중발굴담당 홍광희(36)씨 등 학예직 삼총사가 민간잠수사 4명과 함께 발굴을 이끌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까지 딴 이들은 잠수복을 입고 직접 물속에 들어가 바다 밑을 살핀다. 양 학예사는 문화재 보존처리를 맡은 연구원 출신. 다이빙을 배운 뒤, 2002년 군산 비안도를 시작으로 군산 십이동파도, 태안 대섬·마도 등 연구소가 주도한 굵직한 수중발굴작업에 참여했다. 2009년 수중촬영 전문가로 연구소에 합류한 홍씨는 수중촬영을 담당하면서 발굴도 돕고 있다.

발굴팀은 바닷물의 흐름이 가장 약한 정조(停潮)에 맞춰 하루에 두 차례씩 물속에 들어간다. 8일도 오전 5시 30분쯤 바다로 나갔다. 수온은 10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 특수잠수복을 입어도 냉기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한번에 최장 1시간쯤 작업하고, 배 위에서 대기했다가 다시 1시간쯤 작업한다.

섬업벌 탐사해역은 최고 수심이 20m에 이른다. 물속이 흐려 시계가 나쁜 게 가장 큰 고충이다.

발굴단의 탐사 목표는 유물이 집중적으로 출토되는 지점을 확인, 선체를 찾는 것이다. 성낙준 소장은 "난파선을 확인하면, 7월쯤 새로 취역하는 290t급 수중발굴전용선 누리안호를 투입해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