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보유하지 않은 주식 빌려서 파는 것) 물량 증가… 증시 뒤흔들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10일부터 8월 9일까지 18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후 올 들어서는 처음이다. 이유는 '공매도 세력'을 잡기 위해서다.

앞서 7일 셀트리온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1년 이상 지속된 공매도 세력과의 지루했던 싸움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동반 매도에 나서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는데, 이와 함께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이 퍼뜨린 악성 루머로 4월 25~26일 이틀간 주가가 10% 가깝게 폭락하는 경험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에서 임상시험 중 2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었다. 외국인들의 매매 폭탄이 이어졌고, 루머 진위를 묻는 개인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국내 증시가 공매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초 강세를 보였던 코스피지수가 4월 들어 2000선이 붕괴하며 조정을 받고 있는 데는 이런 공매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보통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다음 매도 가격보다 싼 값에 주식을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거래를 말하는데, 예기치 못한 공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대차잔고 쌓아둔 기업들 주가 하락

공매도가 쏠린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최근 6개월간 대차잔고가 많은 상위 10개 기업(유가증권 기준)을 보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주도주를 제외하고 대체로 하락폭이 컸다.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기 시작한 4월부터 현재까지 LG화학 주가는 22%가 넘게 폭락했고, 현대중공업도 18%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43% 내린 것과 비교해 하락폭이 큰 것이다.

대차잔고는 공매도한 뒤 재매수하지 않은 수량을 말하는데, 이 수치가 늘면 향후 공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코스닥기업 가운데서는 서울반도체·덕산하이메탈·원익IPS·네오위즈게임즈가 올 들어 대차잔고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반도체는 1352억원, 나머지 기업들의 경우 300억~500억원대로 대차잔고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기업들은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만큼 공매도로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6월 이후 공매도 가장 활발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2009년 이후 공매도 일일 거래대금 추이를 보면, 2010년 2월 2조7314억원이었던 공매도 거래대금은 최근 6개월 사이 5조~7조원대로 규모가 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4월 이후 주가지수가 조정을 받으면서 주가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2009년 6월 금융위기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다시 허용된 이후 가장 활발하게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매도가 늘어나는 것은 대차거래 잔고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주식 대차잔고는 40조원대에 육박하며 최근 6개월 대차잔고 일일 평균인 29조원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5월 들어 주도주에 대한 종목 쏠림현상이 덜해진 만큼 공매도가 집중된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가 오히려 커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