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조, 나 아직 노래하는구나

"이 앨범은 저 자신한테 바치는 선물이에요. '이광조 너 아직 노래하는구나'라고 도닥여주는. 내 나이도 벌써… 와, 환갑 기념앨범이네요. 하하."

검은 머리 틈새로 간간이 흰머리도 삐쳐 있고, 아랫배도 살짝 나온 가수 이광조(60)가 껄껄 웃었다. 호리호리한 몸을 흔들며 고음의 한계를 모르는 듯 쩌렁저렁 내지르는 열정의 무대가 트레이드마크인 이광조. 그가 신곡 네 곡과 외국 노래를 리메이크한 여덟 곡을 담은 새 앨범 '2012년 어느 날(가칭)'을 내달 초 발표한다. 6년 만의 새 앨범이다. 7일 서울 논현동 녹음실에서 만난 이광조는 "환갑의 의미도 있지만 11년여 객지 생활을 끝내고 작년 가을 집으로 돌아와서 내는 앨범이니 귀향(歸鄕) 음반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광조는 2000년부터 작년 9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았다. 잊힐 만하면 간간이 국내 방송에 모습을 보여온 탓에 터전을 옮겼다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생활에도 노래에도 지쳐 있다는 생각에 (이주를) 감행했죠. 한국에선 사람들이 알아보는 가수였지만, 미국에선 집세에 허덕이는 집수리공이었죠.(웃음) 작년이었어요. 막연히 떠나온 것처럼 막연히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그리고 날 지치게 했던 노래가 그리워진 게." 그는 "오랜만의 신곡이라 팬들의 기대가 크다"고 하자 "아유, 난 아무 욕심 없어요. 내가 신곡 내고 떠서 여기저기 프로그램 나갈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밤 무대 나갈 것도 아닌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1976년 데뷔한 이광조의 노래 중엔 '오늘같은 밤' '즐거운 인생'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등 생명력 긴 스테디셀러들이 많다. 그의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앨범 수록곡들을 들어봤다. 헤어짐의 서글픔을 노래한 팝 발라드 '꽃이라 부르지 마오' '사랑인거죠', 흥겨운 쿠바 라틴 비트에 맞춰 첫사랑의 풋풋함을 노래한 '오 예'…. 새 노래들엔 이광조만의 음악 색깔이 여전히 짙게 배어 있지만 눈에 띄는 변화도 있다. 자유자재로 내지르던 열창은 누가 들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분해졌고, 목소리의 톤도 낮아졌다. 60세에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변성기에 접어든 소년처럼 한결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문 리버' '오버 더 레인보우' '샌프란시스코' 등 익숙한 팝 넘버들도 담담하게 재해석했다.

"나이 드니 알겠더라고요. 지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세월이 더 흐르면 소리를 내는 것도, 음정을 잡는 것도 힘들어지겠죠. 그래도 초조하진 않아요. 변화를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노래한다고 해서 노래를 예전에 비해 더 못 한다는 게 아니라는 걸 자연스레 느끼는 요즘이니까요."

주로 대극장이나 대규모 야외무대에 주로 서온 이광조는 이제 소극장 관객들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로의 숨결까지 느끼면서 관객과 노래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진작 왜 그러지 못했나 몰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