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실, 이 영화처럼 한 독설 해요"

청순하고 여릴 것 같았던 배우 임수정(33)은 예상과 달랐다. 걸을 땐 성큼성큼 걸었고, 동반한 스탭에게는 '큰 언니 포스'로 "가서 쉬라"고 했다. 말은 생각이 다 표현됐다 싶을 때까지 길게 했고, 거침없이 큰 소리로 웃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그가 연기한 '정인'의 성격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결혼 7년차 두현(이선균)이 아내 정인을 떼어내기 위해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끈기있는 잔소리와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는 '아줌마'로 변신한 임수정을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에 하지 않았던 역할인데 어렵지는 않았나.

"처음에는 확신이 잘 안 섰다. 대사도 많았고, 단순히 외우는 것으로는 연기가 안 됐다. 망설이고 있을 때 감독님이 '함께하는 주연 배우들이 너를 너무 원한다'며 권했고 그게 용기가 됐다."

―다른 주연 배우들은 왜 당신을 추천했을까.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안 보여줬던 배우가 해야 영화가 더 잘 살 것 같다고 하더라. 거기에 연기도 좀 되고…아!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다니. 하하하."

―영화 속 노출 수위가 제법 높더라.

"티셔츠에 팬티만 입고 나오는 '생활형 노출'이 많아서 다리 관리와 운동을 많이 했다. 내가 볼륨이 없어 티가 안 나지만 유럽 여성들처럼 상의 속옷 없이 티셔츠만 걸치며 현실감도 넣었다. 그런데 촬영 중에 콘티가 급하게 달라져서 남편 앞에서 속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생겼다. 불가피하게 대역으로 촬영했다. 그런 전신 노출은 한참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난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영화 속 정인과 실제 성격도 비슷한가.

"정인이처럼 나도 직설적이다. 물론 평소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내 주관을 확실히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동안(童顔)의 대명사'처럼 불리는데 그게 연기에 방해가 되지는 않나.

"전혀. 얼굴 때문에 캐릭터를 확장할 수 있지 않은가. 교복 입고 머리 땋은 10대부터 나이 든 모습까지 연기할 수 있는 그런 게 좋은 거다."

―나이 드는 게 무섭진 않은가.

"여자는 얼굴에서 조금 나이가 느껴져야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랫동안 화장품 광고도 하고 그간의 이미지도 있으니까, 최대한 관리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는데 그래도 안 되면 대중이 다른 동안을 찾지 않을까?"

―관리는 어떻게 하나.

"시간과 노력과 돈을 퍼붓는다. 예를 들어 과음을 한 다음 날은 물도 엄청나게 많이 마시고, 운동으로 알코올 빼주고, 피부관리까지 받는다. 또 일정 시간을 잘 자 줘야 하고, 좋은 화장품도 필요하고…."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TV 드라마는 하지 않고 있는데.

"검토는 계속 했는데 본능적으로 확 감이 오는 작품이 없었다. 이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에 드라마를 해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은 든다."

―TV 토크쇼나 예능 프로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재미를 못 느낀다. 요즘엔 게스트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동안은 재미있게 내 이야기를 풀어낼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쉴 때는 뭘 하나.

"취미로 여러 가지를 배운다. 예를 들어 이번 영화를 강릉에서 촬영하면서 커피집 한 곳을 알게 됐다. 거기서 핸드드립도 배웠고, 그 이후로 계속 커피 원두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일주일에 한 번씩 강릉에 가서 커피를 공부한다. 2년 전부터 기타도 배우고 있고, 갤러리나 미술관 가는 것도 즐긴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배우 임수정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전우치'라는 영화에서 30대에 보여줄 캐릭터의 모습을 예고편처럼 시도했었다. 개성 있고 강렬한 캐릭터다. 이번 영화는 그런 것들을 크게 확장했고 앞으로도 새롭고 강렬한 캐릭터를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