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거점으로 24시간 공격영업 개시
김해시장 "대책 수립하라" 휴무 협조공문 발송하기도
부산·경남을 거점으로 해서 사업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는 일본계 수퍼마켓이 골목상권의 새로운 포식자로 등장하는 것일까. 최근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일본계 수퍼마켓 개장이 잇따르자 지역상인들과 지자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 유통업체 '트라이얼(Trial)컴퍼니'는 지난 2004년 한국 현지법인인 트라이얼코리아를 설립하고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중소형 수퍼마켓 5~6곳을 열어왔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그 속도가 빨라졌다. 트라이얼코리아는 지난해 부산 1호점을 낸 데 이어 올해 추가로 3곳의 수퍼마켓을 개점했다. 일본 유통업체 바로(Valor)도 2009년 부산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현재 부산·김해지역에 개점 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부산·경남지역이 일본과 가까워 본사와 업무 협력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이 지역을 거점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 수퍼마켓은 '지역 최저가 실현'이란 문구를 내걸고 대형할인점보다 20~30%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팔고, 대신 이윤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부산 소상공인진흥센터 이윤희 상담사는 "실제로 일부 품목은 주변 대형마트의 절반 가격까지 저렴했다"며 "오후 11시쯤 문을 닫던 이 수퍼마켓들이 앞으로 24시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들 수퍼마켓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지역상권이 침식당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본계 수퍼마켓은 한국인 점장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국내 기업형 수퍼마켓과는 달리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전통시장 반경 1㎞ 안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지난달, 김맹곤 김해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일본계 수퍼마켓을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김해시청 경제진흥과 김규욱 계장은 "일본계 수퍼마켓이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에 해당되지 않는 개인사업자라 법적으로 규제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경남도청에 중소상권 보호를 위한 관련법 마련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김해지역 일본계 수퍼마켓에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휴무토록 하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일본계 수퍼마켓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산업발전법과 지자체 조례에 맞춰 영업을 하고 있고 이달 넷째 일요일부터는 휴무도 실시할 계획이라는 것. 트라이얼코리아 강광호 팀장은 "일본기업 자본을 유치해 회사 설립을 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합작회사고 대표도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생긴 이후 한국에서 번 수익금이 일본으로 넘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일본계 수퍼마켓의 진출을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 수퍼마켓 업체는 현재 중국진출도 준비하고 있는 등 '아시아의 월마트'를 구상하고 있다"며 "그 첫발을 한국에 디디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을 진행 중인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등도 본사를 일본에 둔 기업이고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추고 있는데, 이보다 소규모인 수퍼마켓 체인의 진출을 두고 걱정하는 것은 기우(杞憂)"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