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은 19禁 영화의 달

효(孝)와 도덕을 강조하는 '가정의 달' 5월에 극장가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라(全裸) 노출이나 파격적인 정사(情事) 장면이 나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한국영화가 잇따라 개봉했거나 개봉할 예정인 것이다.

지난달에 개봉해 현재도 상영 중인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간기남)가 그 시작. 여주인공 박시연의 전라연기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간기남'보다 2주 뒤에 개봉한 '은교'는 배우들의 음모 노출과 '여고생의 정사' 장면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17일에는 개봉 전부터 '60대 윤여정과 30대 김강우의 베드신'으로 화제가 된 '돈의 맛'이 개봉한다. 이 흐름은 다음 달 초 여배우 조여정의 파격 노출이 예고된 '후궁: 제왕의 첩'으로 이어진다. 이들 영화가 '나이 듦에 대한 회환'(은교), '금권질서에 대한 비판'(돈의 맛) 등의 주제의식과 작품성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어떻든 '가정의 달에는 가족단위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을 뒤집는 현상이다.

사실 이러한 개봉 전략은 2년 전인 2010년 이미 한 차례 성공을 맛보았다. 당시 '하녀'와 '방자전'이 5월 13일과 6월 2일에 개봉해 각각 230만명, 300만명을 관객을 동원했다. DVD 등 부가판권에서도 '흥행작' 수준인 2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5~6월에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남았다.

영화계에선 이러한 전략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한국형 대응'으로 풀이한다. 보통 5월이 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쏟아져 한국 영화시장을 장악한다. 올해도 4월 26일 개봉한 '어벤져스'가 관객 500만을 돌파했고, 23일에는 '맨 인 블랙' 3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창현 CJ E&M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5월은 한국영화의 대작들도 개봉을 기피하는 시기"라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은 블록버스터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성인관객이라는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했다.

노출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개봉하면 '상승 효과'가 나온다는 설명도 있다. "간기남을 넘어선 파격노출", "은교보다 더 격렬한 베드신" 처럼 '누가 더 야한가'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