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하락에 브릭스 펀드까지 추락

올해 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주요 원자재들의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진 데다, 글로벌 경기지표도 계속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들의 가격이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원자재 관련 펀드도 부진하다.

원유와 금 등에 투자하는 국내 원자재 펀드들은 물론,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러시아와 브라질 등에 투자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펀드의 수익률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1분기에 상승했던 원자재 값, 4월 이후 곤두박질

올해 1분기에는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와 금속류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원유의 경우 이란과 서방 국가 간의 갈등으로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금과 은, 구리 등 금속류 원자재들도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줄면서 글로벌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지난 4월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그리스와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져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또 원자재 수요가 높은 중국이 뚜렷한 경기 하강 흐름을 보이면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4.2% 올랐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4월 이후 6.7% 내렸고,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각각 8.6%, 9.9%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금(-5.1%)과 은(-11.1%), 구리(-5.3%) 등 금속류 원자재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최근 한 달간 원유·금 펀드 수익률 하락… 브릭스펀드도 고전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유에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의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6.5% 하락했다. '삼성 WTI 원유 특별자산투자신탁 1'과 '한국투자 WTI 원유 특별자산투자신탁 1' 등 다른 원유 투자 펀드들도 최근 한 달간 각각 -6.1%, -5.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약세다.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H)(A)'의 1개월 수익률은 -7.7%, 'IBK골드마이닝증권자A(주식)'는 -7%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의 약세는 브릭스 국가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풍부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브라질 역시 광물 자원의 수출이 많아 증시가 원자재 가격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알리안츠RCM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1개월 수익률이 -7.6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신한BNPP브릭스증권투자신탁 1[주식-재간접형]'도 7.6% 하락했다.

◇하반기에도 원자재 가격 약세 전망… 금값은 오른다는 전망도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에도 쉽사리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 총선과 프랑스 대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정당과 후보의 승리로 재정위기 우려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석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경기도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 때문에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원자재 중 금은 하반기에 가격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 유럽이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때도 안전한 금을 사려는 투자자가 늘 것"이라며 "금 펀드는 하반기에 수익률이 점차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