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모면했어도 주가는 시들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를 모면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신통치 않다. 상장폐지 우려를 떨쳐냈다는 '대형호재'를 만났지만 거래중단 이전과 비교해 주가가 반 토막 난 기업까지 생겨났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거래중단 직전 주가가 이유없이 급등하기도 한 기업이다.

올해 2분기 들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전해 들은 기업은 총 여섯 곳. 그러나 이 중 거래 재개 이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두 곳뿐이다.

테마파크 사업 등을 진행하는 아인스는 지난달 19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고서 단숨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그간 마음을 졸였던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수 행진을 벌인 덕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차익실현이 본격화되자 아인스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후 자기자본의 12%에 달하는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더욱 떨어졌다. 아인스는 14일 종가 기준으로 거래 재개 첫날 대비 37.4% 하락했다.

지난달 17일 함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부터 벗어난 진흥기업과 남광토건은 상장 유지라는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거래 재개 후 이틀간 진흥기업과 남광토건은 각각 21.1%와 14.0%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상장사의 지위를 지켰다는 사실보다는 국내 건설 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에 더욱 무게를 뒀다. 진흥기업과 남광토건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거래 재개 시점 대비 각각 44.6%, 43.2% 급락했다.

중국원양자원 역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거래소의 답변을 들었지만 상장 중국주 투자를 망설이는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며 거래 재개 이후 이날까지 15.3% 하락했다. 주가가 오른 것은 경영권 분쟁이 잦아들 조짐을 보인 하이마트(7.5%)와 14일 거래 중단 조치가 풀린 아티스 정도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규제가 풀렸다는 말은 다르게 얘기하면 문제의 소지를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상장사로서 살아남은 것과 기업이 실제로 정상화되는 것은 차이가 있는 만큼 퇴출 모면 기업에 투자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