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 사제간 정 나눠

1998년 충남 연기 전의중 교감으로 정년퇴임한 강현서(81·필명 강나루·수필가 겸 화가)씨가 각기 따로 가르쳤던 제자인 이경식(71)·조의순(64)씨 부부와 57년 만에 감격스러운 재회를 했다.

이들의 인연은 강씨가 어렵게 대학에 다니던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사 지망생이던 강씨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던 이경식(당시 초등학생)씨 집에 가정교사로 입주했다. 이씨는 학년 초 70명 중 꼴찌를 맴돌았지만 강씨의 열성적 지도 덕에 학년 말 성적이 상위권으로 올랐고, 서울 한 명문중학교에 합격했다.

이후 정식으로 교편을 잡게 된 강씨는 충남 서산 부석초등학교에서 조의순이라는 여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담임을 맡지는 않았지만 강씨는 영리하고 자기를 잘 따랐던 이 여학생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성년이 된 이씨와 조씨는 1968년 서울 대일화학에서 함께 근무하다 첫눈에 반해 2년간 열애 끝에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둘은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앨범을 함께 보다가 낯익은 강 교사 얼굴을 양쪽 앨범 모두에서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정말 우리가 보기 드문 인연인 것 같다"고 감격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전근이 잦은 시절이어서, 한 번 학교를 옮긴 선생님을 찾기는 어려웠다. 두 사람은 작년 말에야 학교 동창회에서 강 교사의 소식을 들었다. 어렵사리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최근 대전 유성구 구암동에 있는 강 교사 집을 방문했다.

"선생님 도대체 얼마 만입니까?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계신 모습을 뵐 줄이야…."

"네가 함께 공부하던 경식이 맞지?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여서 금방 알아보겠구나."

백발이 된 제자 부부를 맞은 강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세 사람은 잡은 손을 한동안 놓지 않았다.

세 사람은 진한 포옹을 한 뒤 그간 살아온 얘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씨는 "애타게 그리던 선생님을 만나니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라 했다. 아내 조씨는 "선생님이 너무 야위어 걱정이지만 늦게라도 뵙게 돼 다행"이라 했다.

강씨는 자신이 쓴 수필집, 시집, 유화작품, 직접 담근 과일주 등을 제자 부부에 선물했다.

"요즘 교사들이 학부모 눈치를 보느라 학생을 바로잡는 데 소극적인 것 같아 아쉽죠." 강씨는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론 사제 간 끈끈한 정을 나누기도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