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재밌게 부른다… 우리 음악은 '진실 팝'"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뭐하러) 잡을라고. 오빠 술 다 깨면 집에다 태아 줄게(태워 줄게). 저기서 술만 깨고 가자, 딱 30분만 셔따(쉬었다) 가자. 아줌마 저희 술만 깨고 갈게요."

술 한 잔 같이 마시고 여관 앞에서 '들어가자'는 남자와 '안 된다'는 여자가 승강이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가사다. '장미여관'은 지난 5일 방송된 KBS '밴드 서바이벌 탑밴드2'에서 보사노바 풍의 멜로디에 이런 '19금(禁)' 가사를 얹은 노래 '봉숙이'를 선보여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폭소케 한 밴드다. 이들의 노래 영상은 포털사이트에서 1주일간 27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밴드 장미여관을 13일 서울 동교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장미여관은 탑밴드 출연 전까지 서울 홍대 앞의 무명 인디밴드였다. "다른 홍대 밴드들조차도 우리를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밴드의 출발은 육중완(기타·33)과 강준우(보컬·32)의 듀엣이었다. 이들에 임경섭(34·드럼)과 윤장현(베이스·39)이 합류, 지난해 7월 첫 공연을 했다. 이후 탑밴드 출연을 결정하면서 "어쿠스틱하고 아기자기한 사운드에 록 느낌을 보강하기 위해" 배상재(33·일렉기타)를 영입하면서 지금의 5인조가 됐다.

이들은 방송 후의 유명세를 "아직도 믿기 어렵고 멍하다"고 했다. "(방송 이후) 연습하는 사진을 별생각 없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바로 '장미여관 합주실 공개'라는 기사가 인터넷에 나오더라고요. 전엔 기사가 너무 없었는데….(웃음)"(윤장현)

장미여관은 덥수룩한 머리, 흰 재킷에 꽂은 빨간 장미, 사투리를 그대로 쓴 가사 등 확연한 'B급' 분위기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장미여관 멤버들은 "음악 외적인 모습이 너무 부각되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리더 강준우는 "팬들이 음악적으로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가장 늦게 합류한 배상재도 "처음 만났을 땐 '웃기는 밴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가만히 들어 보니 연주 실력이 좋았다"며 "웃기기만 하는 밴드였다면 합류할 때 망설였을 것"이라고 했다.

여자에게 추근대듯 끈적끈적한 노래로 화제가 됐지만 "처음부터 그런 느낌을 내자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육중완은 "인디밴드의 장점은 하고 싶은 음악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봉숙이'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법한 상황을 음악으로 만들다 보니 그런 느낌이 됐다"고 했다. 그는 "다들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우리 음악은 팝 중에서도 '진실 팝'"이라고 했다.

탑밴드에는 피아, 데이브레이크, 슈퍼키드 등 스타급 인디밴드들도 출연한다. 쟁쟁한 밴드들과 겨루는 게 버겁진 않을까? 임경섭은 "우린 어차피 잃을 게 없기 때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며 "오히려 그런 밴드들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고 했다. 탑밴드 출연은 "팀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강준우가 혼자서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음악에 순위를 매긴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팬들이 밴드 음악을 즐기는 계기가 된다면 출연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미여관의 음악을 접한 팬들은 트위터와 KBS 시청자게시판 등에서 "장미여관은 컬처쇼크(문화적 충격)다" "음악이 편안해 자꾸 듣고 싶어진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밴드 자신도 "우리는 원래 재미있게 산다. 음악도 재미있게 한다"고 했다. 강준우는 "부담 없고, 재미있고, 신나는 밴드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임경섭이 한마디 거들었다. "음악의 다양성에도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장미여관이 다 웃기는 노래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진지한 음악도 있고…. 준우가 은근히 '감성 발라드'도 잘 소화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