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이모(45)씨는 회사원이던 남편 김모(47)씨가 지난해 갑자기 암으로 사망하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었다. 남편은 퇴직금도 이미 중간 정산해 몇천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남은 것은 달랑 38평 아파트 한 채였다. 당장 아들의 대학 학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씨가 떠올린 것은 국민연금이었다. 남편이 국민연금에 19년간 낸 돈이 6000만원가량이었다.
국민연금공단에선 유족연금으로 매월 46만6000원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이 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1년만 더 살아 20년 가입기간을 채웠으면 60%를 받을 수 있는데…"라고 했다. 국민연금법은 20년 가입하면 예상 연금액의 60%를 주고 10~19년은 50%, 10년 미만은 40%를 주도록 되어 있다. 이씨는 1년 차이로 액수가 월 9만여원이나 적어졌다는 말을 듣고 낙담했다.
이 돈마저 남편이 사망한 뒤 3년간만 받게 된다. 그러나 이후 소득(세전 월 287만원)이 있으면 연금 지급이 정지됐다가 55세가 넘으면 소득에 상관없이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이씨는 "당장 아들과 먹고살려면 내가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유족연금조차 나오지 않는다니…"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것만 문제가 아니다. 이씨가 연금에 가입한 뒤 65세가 되면 본인이 낸 국민연금(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족연금과 본인의 노령연금 2개를 받게 되는데 그중 한 개만 택해야 한다. 만일 그가 받을 노령연금 액수가 유족연금보다 많아 노령연금을 선택하면 남편이 남긴 유족연금의 20%를 더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돈은 겨우 월 9만원으로 쪼그라든다.
이씨는 "연금 2개를 모두 타도 노후 대비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남편이 낸 돈 6000만원은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남은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주는 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족연금은 액수가 너무 적어 최저 생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20년 이상과 10~19년, 10년 미만 등 가입기간에 따라 받는 돈이 다르다. 이씨의 남편처럼 19년 가입한 사람과 20년 가입한 사람은 1년 차이로 액수마저 큰 차이가 생긴다. 우리처럼 가입기간을 따져 연금액 수준을 결정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또 유족연금 액수는 20년 가입했을 때의 예상 연금액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직장인 대부분은 20대 후반부터 30년간 가입하게 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유족연금은 유족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데 현재 액수로는 최저생계비의 50%도 채 안 된다"며 "최소 30년 가입했을 때의 연금액을 기준으로 유족연금 액수를 산정해야 국민도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