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기업 리스크에 우는 알짜 계열사들

주주 리스크로 우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실적이 좋은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모기업의 자금난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가 하면, 저축은행이 주주로 있는 상장사 주식의 주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부모 잘못 만난 알짜 기업들

정수기 업계 1위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조8240억원에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그룹 내 주력 기업이지만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모기업인 웅진그룹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금 부족을 겪게 됐고 자금 수혈을 위해 이 회사를 매물로 내놨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서울저축은행·늘푸른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는데 관련 업종이 침체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하이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하이마트가 유진그룹의 전체 매출 가운데 70% 이상을 올리고 있지만, 유진그룹의 모기업격인 유진기업이 다소 부진해지면서 역시 자금수혈을 위한 매물로 나왔다고 보고 있다. 레미콘시장 1위인 유진기업은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중소 건설사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후방산업인 레미콘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동양생명 또한 그룹 전체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지만 동양그룹이 주력사업인 시멘트업종 악화로 재계순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매각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동양그룹의 전체 빚은 1조7000억원, 부채비율은 500%를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기업 리스크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는 매각대상을 찾으면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선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다시 부각되면서 주가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인수기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하이마트와 동양생명은 20~30% 정도 내렸다. 같은 기간 웅진코웨이는 4% 수준 상승해 코스피지수와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였다.

◇주식 다 내다팔라…저축은행 주주 '덜덜'

저축은행이 주주로 있는 상장사들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된 이후 신규 사업을 찾던 저축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상장사의 유상증가에 참여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태(CB)를 인수해 자금을 공급해 온 것인데, 최근 퇴출 위기가 불거지면서 이때 사놓은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토마토2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코스닥 상장사 에스에이티·티플랙스·에이모션의 신주인수권을 전부 매도했다. 토마토2저축은행의 모회사였던 토마토저축은행이 지난해 9월 영업정지되면서 예금보험공사 관리 아래 들어가 있는 가운데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대스위스2저축은행도 3일까지 피엘에이의 주식 77만1920주를 장내 매도했고, 한국내화 주식도 23만2880주 처분했다. 현대스위스3저축은행은 케이피엠테크, 더블유저축은행은 코디에스의 신수인수권을 각각 팔아치웠다.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엇갈렸다. 5월 이후 한국내화 주가는 13.7%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18% 내린 것과 비교해 하락폭이 컸다. 반면 처분량이 많았던 피엘에이의 경우 오히려 22.83% 증가했다. 해당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불안에 떨자 회사 측이 저축은행의 추가 매도를 막겠다고 하고 나선 것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