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부호는 지고… 내륙지방 부자 뜬다

지난 5년간 중국의 500대 부호(富豪) 명단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LG경제연구원이 15일 '부호들의 부침으로 본 중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이런 궁금증에 답을 내놨다. 보고서는 중국 내 기업 전문잡지인 '후룬'을 인용, 2007년과 2011년 자산규모 기준 중국의 500대 부자를 비교해 달라진 중국 부자들의 특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첫번째 변화는 중국에서도 '종합형 부호', 즉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업종에 투자해 부를 쌓은 부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500대 부호 가운데 단일업종형 부자의 비중은 2007년 81.2%에서 2011년 68.6%로 내려앉았다. 반면, 종합형 부호는 비중이 18.8%에서 31.4%로 늘었다. 주로 제조업에 종사했다가, 부동산이나 금융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과거 부호들의 주력 업종이던 제조업이나 부동산업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단계로 진입하면서, 더 이상 한 업종만으로 부를 쌓거나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두번째 특징은 부동산 부호들의 몰락이다. 부동산업은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부호들의 산실'이었다. 2007년의 경우 500대 부호 중 부동산업 종사자 수가 100명으로 전체의 20%에 달했지만, 2011년에는 14%로 떨어졌다. 1994년 무일푼으로 시작해 저장성 최대의 부동산 부호로 군림했던 쑹웨이핑(53)은 2007년 중국 내 부자서열 65위였지만, 재무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고급 부동산 개발만 고집하다 2011년 438위로 순위가 밀렸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각종 규제정책을 시행한 것도 부동산 부호들의 쇠퇴에 한 원인이 됐다.

세번째 특징은 제조업 기업가 다수가 금융투자자로 변신한 것이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마윈(57)은 IT(정보통신)업계의 다른 거두들과 함께 사모펀드사인 YF캐피탈을 설립했고, 가전제품 유통기업 다중의 창업자 장다중(65)은 아예 경쟁업체에 회사를 팔고,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중국 부호들이 금융에 눈을 돌리는 것은 실물 투자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대안으로 재무적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네번째 특징은 중서부 지역, 즉 내륙지방 부자들의 부상이다. 중국 내 지역별 부자 분포를 보면, 500대 부호 재산 총액 가운데 연해지역 부호들의 재산 비중은 88.1%에서 84.5%로 3.6%포인트 내려간 반면, 중부 지역은 6.1%에서 7.8%로, 서부 지역은 5.5%에서 7.5%로 각각 올랐다. '서부 대개발' 등 중국 정부의 지역 간 성장격차 해소 정책의 수혜를 보면서 해당 지역 부자들도 함께 '뜨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 다섯번째 특징은 부의 대물림, 2세 경영의 확산이다. 500대 부호 중 경영에 참여한 2세 부호의 숫자가 2007년 42명에서 2011년 141명으로 3.5배나 늘었다. 2004년 중국 내 납세 1위 기업인 철강기업 하이신 그룹(2011년 80위)의 2세 경영자 리자오후이(32) 이사장은 기업을 물려받은 뒤 첫번째 사업으로 중국 민생은행 주식 6억 위안(약 1100억원)어치를 인수해 은행의 10대 주주로 떠올랐다. 민생은행은 중국 2위권 상업은행인데, 30대 청년이 단숨에 은행 대주주가 돼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