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문 열리다

'칸 국제영화제'가 16일부터 축제의 닻을 올린다. 27일까지 총 22편이 칸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공식 경쟁 부문에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등 2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영화팬들이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와 화제를 소개한다

①한국 영화의 강세

홍상수 감독은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칸에 처음 진출한 이후 이번 '다른 나라에서'까지 총 여덟 작품을 칸에 보냈다. 장편 경쟁 부문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의 한 바닷가 마을에 여름휴가를 온 외국인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2001년 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을 들고 2010년 '하녀'에 이어 두 번째로 칸 경쟁무대를 밟는다.

이 밖에 주목할 만한 성취를 보여 준 영화들을 초청하는 '감독주간'에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주연 장동건)가 초청됐다. 신수원 감독의 '써클라인'은 비평가주간 중·단편 부문에서 수상을 노린다.

②북미영화 강세

"미국 영화들이 힘을 되찾았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경쟁 부문 진출작을 발표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을 정도로 올해 칸에서는 북미 영화가 강세다. 경쟁 부문 진출작 22편 중 '문라이즈 킹덤'(웨스 앤더슨 감독) '킬링 뎀 소프틀리'(앤드루 도미니크) '머드'(제프 니콜스) '페이퍼 보이'(리 대니얼스) '로리스'(존 힐코트) '코즈모폴리스'(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등 6편이 북미권 작품들이다.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트리 오브 라이프'도 미국 테런스 멜릭 감독의 작품이었다.

미국의 신세대 감독들이 올 칸 영화제에 대거 유입된 것도 눈에 띈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할리우드의 새로운 세대들이 황금종려상을 노린다"고 했을 정도다. 앞서 언급한 감독 6명 중 크로넨버그를 제외한 다섯 명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첫 진출이다.

③할리우드 스타의 각축

지난해 칸 영화제는 영화제에 참석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캐리비언의 해적 4: 낯선 조류'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특별상영해야 했지만,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다. 경쟁 부문 진출작에 출연한 스타들만 해도 레드 카펫이 모자랄 지경이기 때문이다.

우선 '트와일라잇'의 주인공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이 각각 '온 더 로드(월터 살레스 감독)'와 '코즈모폴리스'에 주연급으로 출연한다. '페이퍼 보이'엔 매튜 매커너히와 잭 애프론이, 존 힐코트 감독의 '로리스'엔 샤이아 라보프('트랜스포머'의 주인공), 톰 하디,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우스카 등이 출연한다. '킬링 뎀 소프틀리'에선 브래드 피트를, 개막작인 '문라이즈 킹덤'에선 에드워드 노턴과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④또 불거진 성차별 논란

올해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여성 감독의 영화는 한 편도 없어 또다시 '남성 중심의 영화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국의 주요 여성 영화인들이 '칸에서 여자들은 쇼 릴(소개용 영상물)을, 남자들은 영화를 선보인다… 여성 배우들은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가벼움만을 인정받는다'라는 내용이 담긴 항의성 공개서한을 칸 집행위원회에 보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티에리 위원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단지 여성 감독이란 이유만으로 자격도 없는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황금종려상을 가져간 여자 감독은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