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그리스, 유로존 떠날 수도"… 獨·佛 정상 "유로존 남게 돕겠다"

"그리스가 질서정연하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그리스의 탈(脫)유로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실질적인 정책 결정 권한이 있는 주요 인사가 그리스의 탈유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IMF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돈줄'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15일 뉴스 채널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럽연합(EU)·IMF와 맺은 구제금융 협상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유로존을 떠날 수도 있다"며 "그리스의 질서 있는 탈유로(orderly exit)를 옵션(선택) 중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또 "그리스와 긴축재정안의 지엽적 사항에 대해 절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기본적 내용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리스가 긴축재정안을 시행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는 뜻이다.

최근 그리스의 위기는 경제 이전에 정치 리더십의 문제이다. 그리스는 지난 2월 EU와 IMF로부터 1300억 유로(약 193조원)의 2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공무원 15만명 감원 등의 긴축재정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 6일 총선에서 긴축재정안을 지지했던 연정(聯政)이 붕괴하며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제2당이 된 급진좌파연합(시리자·Syriza)이 긴축재정안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연정 구성도 무산됐다. 그리스는 내달 17일 총선을 다시 치르기로 했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커, EU·IMF와 긴축재정안 이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자금 지원이 끊겨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유로존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당장 지난 14~15일 이틀간 그리스 은행에서 12억 유로(1조781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며 그리스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EU 회원국들은 '그리스 쇼크'를 차단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4일 브뤼셀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그리스 사태를 집중 논의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에 대한 희망은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등이 그리스의 탈유로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유로존의 '투 톱'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그리스 사태 진화에 주력했다. 이들은 15일 첫 정상회담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자의 해법은 다르다. 회담에서 올랑드는 재정투입을 통한 성장을 위해 신재정협약을 개정하자고 주장했지만, 메르켈은 이를 거부했다. 유로존 차원에서도 각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공통 해법을 추진할 리더십 확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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