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손 벌리는 美 석·박사 급증

역사학 시간 강사 토니 양(Yang)은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여러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양은 불안정한 강사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다른 직업을 찾아봤지만 경제 위기 탓에 취직이 쉽지 않았다. 1만달러(1164만원)~3만2000달러(3725만원) 수준인 한 해 벌이로는 집세를 내고 나면 생활이 빠듯했다. 양은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식비지원(푸드 스탬프)을 받고 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연 소득 2만4096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은 정부의 식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양은 "나는 박사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박사 학위가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지난 몇 년 사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살아가는 석·박사 학위 이상 고학력자의 수가 3배 이상 늘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NPR)가 15일 미 고등교육 소식지인 크로니클오브하이어에듀케이션(CHE)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센서스국과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석사 학위 소지자 중 푸드 스탬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의료 지원제도) 등 정부 지원을 받는 이의 수는 2007년 10만1682명에서 2010년에는 29만3029명으로 급증했다. 정부 보조금을 타는 박사의 수도 같은 기간 9776명에서 3만3655명으로 증가했다.

저소득층 고위 학력자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는 석·박사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던 대학들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NPR은 전했다. 경제 위기로 정부 보조금이 줄자 재정 운영에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정년을 보장하는 교수를 채용하기 보다는 급여가 낮고 의료 보험 의무도 없으며 해고하기도 쉬운 계약직 강사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CHE 기자 스테이시 패튼은 "많은 대학이 석박사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학부생들에게 대학원 진학을 독려하고 있지만, 졸업을 하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