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자매의 여수 엑스포 외출

"와~ 대박이다. 완전 좋아요!"

휠체어에 의지해 16일 전남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을 찾은 양윤경(33)·김연희(27)씨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 아쿠아리움을 관람한 양씨는 "이렇게 많은 물고기는 생전 처음 본다"며 해맑게 웃었다. 양씨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김씨는 "TV에서만 보던 흰고래 앞에서 사진을 찍자"며 '언니'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양씨는 지적장애 1급, 김씨는 지체장애 1급을 안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재가(在家) 장애인으로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전북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보호받고 있다. 양씨와 김씨는 복지관에서 친자매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양씨 '자매' 외에도 18명의 중증장애인이 이날 함께 했다.

이들의 외출은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공단은 장애인 1인당 20만원씩 지원해 하루 일정으로 여수엑스포 행사장으로 떠나는 '장애인과의 공감여행'을 열었다. 공단직원 7명과 전북지역 대학생 13명이 1대 1 단짝으로 동행했다.

양씨와 김씨는 5년 만의 첫 나들이라 했다. 양씨는 "오랜만의 외출이라 어제 잠도 못 잤다"며 더듬더듬 말했다.

양씨는 허리 수술로 3년 동안 병원에 누워 있었다. 어머니는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아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아버지도 몸이 불편해 거동이 불편하다. 기초생활수급 생계비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어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고령의 할머니와 동거 중인 김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과 복지관을 오가는 게 생활의 전부였다. 김씨는 "집 안에서 TV 시청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며 "여수엑스포는 돈 있는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알았는데, 이렇게 오게 되다니 꿈만 같다"고 했다.

오후 2시 빅오 해상무대에서 분수가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내자 양씨 자매는 박수를 치며 웃었다. "왜 그렇게 웃기만 하냐"고 묻자 "좋은 걸 어떡해요"라고 했다.

주제관에선 특수 장치로 움직이는 해양 포유동물 듀공 모형이 머리 위를 휙휙 날아다녔다. 양씨가 "살아 있는 것 같아 무섭다"고 하자 김씨는 "언니 괜찮아"라며 어깨를 다독거렸다.

이들의 엑스포 나들이는 짧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5시간 30분이었다. 국민연금공단 강철 사회책임경영부 차장은 "제시간에 맞춰 귀가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쉽다"고 했다.

버스에 오르기 전 손을 꼭 잡은 양씨 자매는 "우리 항상 이렇게 행복하게 살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