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 [39] "철로는 저승특급… 눕지 마시오"

"조선 철도의 대동맥인 경부선이 노인지 삼십일년 그동안 철도가 실어다 준 신문명, 신문화의 발전은 실로 눈부시는 바가 잇스나, 반면에 긔계문명이 가저온 비극과 참극도 또한 만하서 철도사고로 비명에 슬어진 가여운 넉이 오천명에 가깝다."(1935년 2월 15일자)

철도국이 발표한 '조선철도 30년의 측면기록'에 따르면, 조선의 철도 사고는 '세계 어느 곳보다 극히 많았고' '철도 보급에 정비례'했으며, 농번기에 집중됐다. 특히 철도 사고 가운데 가장 '엽기적'인 것은 '침궤(枕軌) 참사'.

"지난 십일일 새벽 한시 반, 내금강으로부터 철원을 향하야 나오든 제2열차가… 철교 우에서 두 사람이 레-루를 벼개 삼고 깁히 잠든 채 무참히도 전차에 치어 죽고… 날은 더운 중에 철도 연변이 매우 시원하엿고, 야간에 통행하는 차가 업슴으로 안심하고 레-루를 베고 잔듯…."(1933년 7월 12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톱으로 보도된 이 기사 제목은, '사신(死神) 궤조(軌條·레일)상에 난무(亂舞)' '돌(?_·놀람)! 도명적(賭命的) 납량(納凉)!'이었다. '죽음의 신이 레일 위에 난무'하고 있다며, '서늘함을 찾는 목숨 건 도박'에 '놀람'을 표한 것. 이날 하루에만 3명의 희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철도와 전차 등장 이래 여름이면 시원한 레일을 베고 잠을 자다, 달려오는 기차에 깔려 죽는 일이 잦아, '선로 베고 자다가 역사(轢死)한 자'(1926년 8월 19일자), '형제 역사(轢死), 긔차선로에서 낫잠을 자다가'(1927년 7월 29일자), '침궤(枕軌) 납량의 비극, 3형제 외 1명 도합 4명 역사'(1937년 7월 10일자) 같은 기사가 끊임없이 반복됐다.

"'모단' 속담에 '극락 특급'이란 말은 잇거니와, '강철 목침'에 '저승 특급'이 련결되얏다는 말은" 없음에도, "월평균 5명의 희생자가 나오고" "구십구 파센트가 시골 농부"였던 '침궤 참사'는 이유가 있었다. 농사일이 너무 고돼, 잠간 바람이나 쏘이려던 것이 '자기도 모르는 새 모진 잠'에 빠져, '가엽시 철로의 이슬이' 된 것. 그래서 '궤도(軌道)는 명부특급(冥府特急)'이니, '아모리 곤(困)하고 더웁드래도' '위험한 레루 벼개'를 베고 자지말자고 외쳤다.(1935년 8월 5일, 1937년 7월 6일자)

'침궤당 소탕'을 위해 철도국은 "해마다 여름철만되면… 각지에 철도애호련맹 혹은 사고방지회를 만들어서, '종이광대'와 강연, 활동사진 등으로 사고 방지"에 힘썼으나(1939년 8월 10일자), 1950년대에도 술 먹고 철로 베고 자다 사고를 당한 것을 보면(1955년 6월 29일자), '레일 벼개'는 확실한 '납량'이었던 모양이다.